신중해진 서학개미…챗GPT·中리오프닝에 ‘기웃’
알파벳·MS 순매수 1·2위…챗GPT 열풍에 AI 투자 늘어
금리 인상 우려에 지난달 이후 내다 판 주식 더 많아
금리 인상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서학개미들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지난 1월 폭풍 매수했던 테슬라는 과감하게 내다 팔고 챗GPT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테마에 탑승해 종목들을 선별하고 있다.
7일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가장 많이 산 종목 1위는 알파벳(1891억원),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로(1663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열풍’이 AI 시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수세가 먼저 몰린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다. 오픈AI사의 챗GPT 공개가 순매수세로 연결된 경우다. 게다가 2019년 1조3000억원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13조원을 추가로 투입해 AI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더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연초 이후 6% 넘게 올랐다.
알파벳의 경우 지난달 초 챗GPT 대항마로 바드(Bard) 공개를 예고한 점이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했다. 지난달 8일 공개된 바드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챗GPT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투자자들은 알파벳을 관심종목 리스트에서 빼지 않고 있다. 구글이라는 독보적인 검색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AI 챗봇 기술이 검색엔진에 접목됐을 경우 알파벳이 더 큰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김중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검색엔진 점유율 하락 우려는 커지겠지만 챗GPT의 운영 비용과 구글의 독보적인 검색엔진 경쟁력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대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서학개미 순매수 순위권에는 ‘브레이크웨이브 드라이 벌프 쉬핑 ETF(BDRY)’ ‘디렉시온 데일리 CSI 중국 인터넷 기업 2배 추종 ETF(CWEB)’ 등 중국 리오프닝 수혜 종목도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순매수 금액은 각각 401억원, 264억원이다. BDRY는 BDI(벌크선 운임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원자재와 곡물을 주로 운반하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낸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원자재 교역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이후 BDI 지수가 60% 넘게 상승한 것이 서학개미의 관심을 끌었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BDI 지수는 중국의 석탄·철광석 수입과 상관관계가 높다”며 “여기에 중국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기대가 더 커진다면 지수의 추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CWEB도 중국 내 소비 개선에 따른 빅테크의 주가 상승 기대감이 반영되며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근 무인 비행선(풍선) 이슈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재점화되면서 서학개미의 투자 기세가 다소 꺾였을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이 '애정'하는 테슬라는 순위권(1~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테슬라가 연초 이후 90% 가까이 오른 만큼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테슬라의 인베스터데이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할 만한 뉴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과 반값 전기차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달 만에 순매도 우위로 …"증시 변동성 커질 것"
금리 인상 공포가 다시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매수 강도는 약해졌다. 지난달 이후 2654억원 정도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매수 금액은 18조4325억원이었지만, 매도 금액은 이보다 큰 18조692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지난 1월만 하더라도 매수 우위를 보이며 해외 주식을 1조733억원 규모로 사들였지만, 다시 순매도로 전환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짐과 동시에 금리 방향성을 둘러싼 불안감이 다시 커진 탓이다. 그간 해외 주식 투자자들은 미국의 금리 방향성이 모호해질 때마다 매수 강도를 줄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0월(3000억원)과 11월(5300억원) 순매수 우위를 보였던 투자자들은 12월엔 52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1월 주요 경제지표가 전망치를 웃돈 것도 서학개미들이 순매도로 돌아선 이유 중 하나다. 1월 개인소비지출 오름세가 시장 예상 수준을 웃도는 등 소매 판매와 외식 서비스 매출이 큰 폭 상승하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상승 강도가 다시 세질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린 것이다. Fed의 부인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왔던 시장은 최종금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마지막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재는 3월과 5월, 6월 각각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종 금리 수준은 5.25~5.5%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1월 견고했던 경제지표가 2월에도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소비 호조는 세제 혜택에 따른 가처분소득 증가 덕에 일시적으로 소비부양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에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BEA의 주간 신용카드 거래액만 보더라도 1월 소비 서프라이즈를 유발했던 자동차나 외식 서비스 카드 매출의 모멘텀은 둔화하고 있다”며 “가처분소득 증가분 대부분이 1월에 지출돼 소비 이연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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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우려가 잦아들 수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와 통화정책 변수의 압박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진정됐다고 해서 주가가 오를 여건이 조성되는 건 아니다”라며 “미국 채권금리가 금융시장 방향성을 좌우하고 있는 만큼 채권금리 하향 안정세가 확인되기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정한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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