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
정부가 지난달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노정법)에 대한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이 법은 윤 대통령의 공약인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에서 ‘1기 신도시’만이 특혜를 받는다는 지적에 형평성 논란이 일자, 적용 대상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 ‘택지조성 사업 완료된 20년 넘는 100만제곱미터 이상의 택지’로 범위를 넓혀 발표한 내용이다.
법률로 1기 신도시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큰 만큼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서 넓힌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정책 발표 2일 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기 신도시의 시장들과 간담회를 추가로 열었는데 여기에는 성남시장, 고양시장, 군포시장, 부천시장, 안양시장이 참석했다. 이런 부분을 보더라도, 이 법이 목표하는 재건축 대상은 ‘1기 신도시’임이 잘 드러난 것이라 하겠다.
현재 한국의 아파트는 1970년대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해 5년 단위로 보면 ‘71~’75년 준공아파트는 10만호, ‘76~’80년 준공아파트가 30만호, ‘81~’85년 준공아파트가 40만호, ‘86~’90년 준공아파트가 80만호, ‘91~’95년 준공아파트는 180만호가 된다.
이 중 ‘80년 준공아파트까지는 사실상 서울 일부 지역(압구정/대치/반포/여의도)을 제외하고는 재건축이 완료됐으며, 현재는 ‘81~’85년 준공된 40만호와 그 두배로 준공된 ‘86~’90년 준공아파트 지역인 서울 노원 상계-중계, 서울 양천 목동, 경기 광명, 과천 등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규모만 해도 합산 120만호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다 보니, 정부의 270만호 공급계획 중 재정비 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이 52만호에 해당한다.
‘81~’90년 준공아파트들이 재건축에 대한 첫발을 겨우 내디딘 현 상황에서 ‘91~’00년 준공된 180만호의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안전진단 면제 꼼수 논란이다. 현행 재건축은 건축물의 노후도를 측정해 안전진단을 하는데, 1기 신도시는 현 노후도에서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해서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것이 법의 큰 골자인데, 이럴 거면 법이 아니라 안전진단을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푸는 것이 순리라 할 것이다. 정부가 1월에 완화한 안전진단으로도 1기 재건축이 어렵다는 판단에, 이를 면제할 방법부터 만들어서 법을 진행하는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형평성이다. 특별구역 포함단지는 안전진단 면제, 미포함 단지는 안전진단 적용이라고 한다면,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하는 기초단체장(시장)의 정치적 선호도 등에 따라서, 지정-비지정이 나뉘게 되므로 이후 상당한 논란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현행 도정법을 제대로 준수 중인 ‘81~’90년 준공된 120만채 아파트의 거주자들은 특별정비구역에 지정되는 ‘91~’95년 준공 180만채 거주자보다 숫자가 작다는 것만으로 원래 방식을 고수하게 된다면, 아파트 연식과 지역을 두고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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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에도 불구,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의 강행을 추진하고 있다. 수혜는 명확하고 피해는 모호하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포함 전국의 300만호 이상의 아파트들에 수혜가 가는 사업이니, 2024년 선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할 것이다. 다만, 그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후주택을 현행 도정법으로 고지식하게 진행하는 조합,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하고 있는 리모델링 조합 등이 노정법의 피해 대상이 된다. 여기에 현재와 같은 인구-가구의 추세변화를 고려할 때, 종상향과 용적률 500%를 통해서 초과 주택이 대거 공급되는 모습도 감안해야 한다. ‘해당 단지에는 좋을 수 있는 이슈지만, 도시-사회 전체적으로 개선되는 구조인지’에 대한 논의를 더 진행하고, 제대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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