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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단거리·밤 손님 뚝”…택시비 인상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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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 "손님 감소로 수입 비슷하거나 줄어"
시민들 "택시 안타거나 이용 최소화"

[르포]“단거리·밤 손님 뚝”…택시비 인상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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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11시께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 번화가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 곳곳에서 붉은색 ‘빈 차’ 표시등을 켠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 달여 전까지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곳이었다고는 믿기 힘든 풍경이었다. 10여분을 줄지어 기다리다 이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택시들도 쉽게 보였다.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을 향해 걷는 이들은 줄지어 선 택시들을 힐끔 바라볼 뿐 택시에 승차하는 경우는 손에 꼽혔다. 술에 취한 일행이 택시를 잡으려 하자 아직 지하철이 다닌다며 팔을 잡아끄는 모습도 보였다. 손님을 기다리던 기사 최모씨(59)는 “요금 인상 이후 손님은 물론 수입까지 줄었다. 늦은 밤이 되면 손님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한숨을 쉬더니 이내 핸들을 틀어 손님을 찾아 줄에서 이탈했다.


지난 1일 오후 11시35분께 종각역 인근. 번화가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 곳곳에서 붉은색 ‘빈차’ 등을 킨 택시들이 줄 지어 서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skking@

지난 1일 오후 11시35분께 종각역 인근. 번화가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 곳곳에서 붉은색 ‘빈차’ 등을 킨 택시들이 줄 지어 서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sk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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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요금이 인상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택시 기사와 승객들은 모두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전 4시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종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올랐다.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이다. 전반적인 운행비도 인상됐다.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었고, 거리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1m 단축됐다. 시간요금도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비싸졌다.

택시 기사들은 요금 인상 이후 승객이 급감해 수입이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모씨(63)는 “할증만 올랐을 땐 밤손님들만 좀 줄어 수입이 늘었었다. 그런데 택시비 인상 이후엔 낮이고 밤이고 손님이 뚝 끊겼다”면서 “왜 (요금을) 올린 건지 모르겠다. 그나마 최근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해 다행이란 생각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택시기사 김모씨(64)도 “수입은 비슷하거나 좀 줄었다. 젊은 손님과 단거리, 밤손님이 확연히 줄었고, 법인카드 쓰는 손님들만 그나마 이전처럼 타는 것 같다. 버스와 지하철 막차시간 이후론 손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오후 11시30분께 종각역 인근. 번화가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 곳곳에서 붉은색 ‘빈차’ 등을 킨 택시들이 줄 지어 서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skking@

지난 1일 오후 11시30분께 종각역 인근. 번화가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 곳곳에서 붉은색 ‘빈차’ 등을 킨 택시들이 줄 지어 서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sk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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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고물가에 택시비 인상까지 겹쳐 택시 이용 횟수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 정모씨(27)는 “자취를 하고 있는데 난방비부터 식비까지 너무 많이 올랐다. 작년 이맘때 난방비가 4만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 8만원이 나왔다. 식비도 어딜 가든 거의 1만원씩은 한다”면서 “먹고 자는 부분을 줄일 수 없으니 하루에 한두 번 타던 택시를 줄였다. 지난주엔 택시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각역 인근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강모씨(31)도 “택시를 한 주에 5번 정도 탔는데 요금 인상 이후 2~3번밖에 타지 않는다. 피치 못해 타게 되더라도 굉장히 망설여진다”며 “술자리도 최대한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시간 안에 끝내려 한다”고 했다.


당장은 힘들지만, 장기적으론 요금 인상으로 벌이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택시기사도 있었다. 김씨는 “요금 인상이 된 지 얼마 안 돼 승객들의 거부감이 클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돼 택시 이용이 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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