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NDF는 어떻게 韓 외환시장을 흔들었나?
NDF는 돈 주고받지 않는 외환거래
국내 외환규제로 원-달러 NDF 성행
NDF가 거꾸로 韓 환율에 영향 끼쳐
"외환시장 개방으로 NDF 흡수 가능"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정부가 외국 금융사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차액결제선물환(NDF)’도 그중 하나죠. 기획재정부의 김성욱 국제경제관리관은 “역외 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환율 움직임을 주도해 원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 통화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한 적 있고요. NDF가 생소한 개념이라 어려워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정부에서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NDF는 Non-Deliverable Forward의 약어입니다. 한글로 직역하면 ‘넘겨주지 않는 선물환 거래’, ‘인도가 이뤄지지 않는 선물환 거래’ 정도 되겠네요. 외환거래이긴 한데 서로 돈을 주고받지 않는다는 의미죠. NDF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우선 현물환 거래와 선물환 거래를 이해해야 합니다.
외환거래 없이 환율변동 차익만 챙기는 NDF
현물환은 즉시 이뤄지는 외환거래를 말합니다. 현재 한국 돈 1000원이 1달러라고 가정해봅시다. 1000원을 가진 A가 B은행에서 1달러를 교환했습니다. 이렇게 현재 가치에 따라 서로 다른 나라의 화폐를 주고받는 걸 현물환 거래라고 합니다. 어려운 말로 표현됐지만 여행을 가기 위해 은행에서 그날 환율로 돈을 바꾸는 게 현물환 거래입니다. 외환시장에서는 통상 2영업일 이내에서 돈을 교환하면 현물환 거래라고 봅니다.
반면 선물환 거래는 즉시 이뤄지지 않습니다. 미리 환율과 교환 날짜를 정해둡니다. 아까처럼 A가 B은행에서 1달러를 환전한다고 생각해보죠. 다만 이번에는 A와 B은행이 반년 뒤에 1달러를 1500원에 교환하기로 약속합니다. A와 B은행은 6개월을 기다립니다. 6개월 뒤 환율이 어떻든 간에 A는 B은행에 1500원을 주고 1달러를 받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환율·외환종류·기간을 정해두고 외환을 주고받는 걸 선물환거래라고 하죠. 기간은 통상 일주일에서 6개월을 두고요.
그런데 현물환과 달리 선물환 거래에서 아주 중요한 특징이 생긴다는 것 눈치채셨나요?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누군가 손해를 봅니다. A는 6개월 뒤 1500원을 내고 1달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환율이 1달러당 2000원으로 올랐다면? A는 1달러를 500원 싸게 환전한 셈이죠. B은행은 2000원이나 받을 수 있었지만 미리 한 계약 때문에 1500원밖에 받지 못했고요. 반대로 환율이 1달러에서 500원으로 뚝 떨어졌다면 A씨는 손해를, B은행은 이득을 봅니다.
즉 선물환 거래를 잘 이용한다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미리 계약하기 때문에 환율이 치솟거나 폭락해 큰 손실을 보는 일이 없죠. 이런 투자기법을 ‘환 헤지’라고 표현합니다. 만약 선물환 거래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큰 이익을 볼 수도 있죠. 환율이 오르거나 떨어질 거라는 예측을 잘한다면 선물환 계약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가격을 써낼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외환시장에서는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환투기’ 자금도 많습니다.
NDF도 선물환 거래의 일종인 만큼 환헤지·환투기 성격의 자금이 있습니다. 단 NDF는 선물환처럼 계약일과 환율을 미리 정해둘 뿐 실제로 화폐를 교환하지 않습니다. 대신 계약일이 다가왔을 때 미리 정해둔 환율과 실제 환율의 차액만을 주고받죠. A가 B은행과 6개월 뒤 1000원을 내고 1달러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6개월 뒤 환율이 1달러당 1500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럼 A씨는 500원의 이득을 봅니다. 1500원짜리 달러를 1000원에 사니까요. 이때 NDF 계약을 했다면 A씨는 실제 환전을 하는 게 아니라 이득을 본 차액(500원)만 챙깁니다.
NDF 환율이 오히려 韓 실제 환율에 영향 끼쳐
만약 환차익을 노리고 환투기를 하고 싶다면 NDF가 유리하겠죠. 선물환 거래를 하면 직접 돈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으니까요. 계약금액을 전부 다 결제해야 하고요. 하지만 NDF를 이용하면 차액만 거래하기 때문에 부대비용이 훨씬 적습니다. 실제로도 NDF는 환 헤지보다 환투기 목적으로 더 이용됩니다. NDF 거래의 최대 80%가 환투기 성격 거래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세계 NDF 거래에서 가장 활발한 화폐가 원화-달러라는 거죠. 현물환 시장은 10위권 밖인데 NDF 시장에서는 1등입니다. 이는 한국의 외환제도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원화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거래 자체를 못 하니 환 헤지·환투기를 하고 싶은 외국인 투자자는 NDF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NDF는 실제로 돈을 주고받지 않기 때문에 외국은행에서도 자유롭게 할 수 있거든요.
이게 뭐가 문제냐 싶지만 NDF 거래가 커지면 외환시장이 왜곡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달러 환율을 예측할 때 NDF 환율을 참고하기 시작했거든요. 6개월 뒤 1달러와 1000원을 교환하는 NDF 거래를 보고, 실제 반년 뒤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 될 거라고 예측한다는 뜻입니다. 투기세력들의 생각은 6개월 뒤 한국의 환율을 진짜 1달러당 1000원이 되게 만들죠. 선물환 거래이자 파생상품인 NDF 시장이 거꾸로 서울 외환시장의 현물환 거래에 영향을 끼치는, 소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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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외국기관이 국내에서 직접 원화를 사고팔게 해주면 이러한 부작용이 적어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한국의 외환시장 통로가 워낙 좁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니, 통로를 넓혀주면 환율 변동성이 해소된다는 논리죠. 한국은행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규제 강화로 NDF 거래 비용이 상승해 해외 투자자들은 NDF 시장보다 국내 시장에서 직접 거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NDF 거래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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