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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日여행 필수음식 '이치란 라멘' 창업자, 요시토미 마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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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가게 이어받아 이치란 라멘 창업
사람을 소중히 하는 경영 이념 중시

편집자주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 사람이 누군가 싶은 인사들이 많습니다. 일본 뉴스를 담당하는 국제부 기자가 한 주 동안 화제가 됐던 일본 인사, 그리고 그에 엮인 이야기를 함께 소개합니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한국인 일본 여행 필수코스, 이치란 라멘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맵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한국 관광객들도 굉장히 많이 찾는 곳이죠.


돼지 육수로 만든 돈코츠 라멘이라 그런지 밥을 말아 구수한 국물까지 마시고 나면 국밥 한 그릇 먹은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지는 게,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독서실 같은 자리에서 ‘혼밥’이 가능하고, 종업원과 얼굴 마주칠 일도 없어 저도 종종 다녔었는데요.

이치란은 대체로 점포별 규모도 큰 편이고, 사람들도 항상 줄을 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도대체 여기 사장은 얼마나 돈을 많이 벌까 궁금하시지 않으셨나요? 오늘은 이 이치란 창업자 요시토미 마나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요시토미씨는 1964년생으로 후쿠오카 출신입니다. 일본은 지역별로 먹는 라멘이 조금씩 다른데요, 요시토미씨가 나고 자란 후쿠오카는 돈코츠 라멘의 고장입니다. 그가 19살이 됐을 때 아버지가 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학비를 벌기 위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요시토미 마나부 이치란 대표이사.(사진출처=이치란 공식 홈페이지)

요시토미 마나부 이치란 대표이사.(사진출처=이치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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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르바이트하던 가게 사장 솜씨가 좋았는데, 문제는 한번 파칭코에 놀러 가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님은 맞아야 하니 요시토미씨가 가게에서 파는 요리 레시피를 전부 배웠다고 합니다.

이때 튀김, 라멘, 짬뽕 등 웬만한 요리는 다 만들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가게가 개업할 때부터 일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음식점이 문을 여는지부터 경영을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아르바이트하고 요리의 기초를 배웠던 가게는 간판 메뉴가 없었던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게 됐다고 합니다. 이때 '장사는 뭐든지 하면 안 된다','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하네요. 투병하던 아버지가 유언으로 "너는 장사꾼이다. 장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세상을 떠나자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맨몸으로 장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라멘가게를 연 것은 아니었습니다. 컴퓨터 판매점을 하다가 인력 파견 회사를 했었다고 하네요. 장사를 시작하고 6년간은 맥주 한 병도 못 살 정도로 가난한 시기를 보냈다고 합니다.


어쩌다 돈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외식으로 라멘을 사 먹었는데, 노부부가 하던 작은 라멘집에 항상 갔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라멘의 빨간 소스를 올려주는, 지금의 이치란의 원조 격 라멘을 팔던 곳이었습니다. 한번은 이 가게에서 식사하던 중 다른 단골손님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요시토미씨를 보고 “오늘 보너스가 들어왔으니 맥주 한잔 사줄게”라고 해서 거절했는데, 가게 주인은 “기분 좋게 받아라. 다음번에 큰 사람이 되면 누군가에게 갚아주면 되니까”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이때 경영인이 되면 많은 것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치란 1호점인 후쿠오카 나노카와점의 모습.(사진출처=이치란 공식 홈페이지)

이치란 1호점인 후쿠오카 나노카와점의 모습.(사진출처=이치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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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이 되다 보니 노부부는 요시토미씨에게 "우리 가게는 아니라도 가게 호라도 남기고 싶은데, 돈은 안 받아도 되니 물려받아 줄 수 있겠냐"고 제안을 합니다. 아르바이트로 경영의 기초를 배우던 시절 생각했던 '맛'은 이 집에 있다고 생각한 요시토미씨는 파견회사를 부하들에게 물려주고 과감히 이 라멘가게를 이어받게 됩니다. 이것이 이치란의 시작입니다.


창업 직후부터 그는 맛에 집중하는 가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독서실 칸막이처럼 좌석을 설치합니다. 여기에는 ‘라멘을 후루룩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부담스럽다’는 여성 고객들의 의견도 반영이 됐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라멘을 조합할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도 만듭니다. 이는 거의 업계 최초의 시도였다고 합니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아 그는 1993년 1호점을 낸 뒤 바로 후쿠오카 시내에 여러 점포를 출점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잘 나가던 기쁨도 잠시. 상여금을 지불한 다음 날 자신이 데리고 있던 전무가 30명의 직원을 데리고 줄 퇴사를 합니다. 요시토미씨는 배신감에 유서를 남기고 무작정 교토로 향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어떤 노부부가 맥주를 마시며 "원점으로 돌아가자"라고 이야기를 나누던 것을 듣게 됩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와 "빈털터리 학생 시절부터 시작하자"며 죽을 각오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때 공부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어제까지 사장님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왜 하룻밤을 지나면 그만둘까" 등을 고민하게 됐다고 합니다.


맵기 8단계의 이치란 라멘.

맵기 8단계의 이치란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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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치란에는 회사 경영 이념 등이 부재한 상태였기 때문에, '종업원의 마음을 소중히 하고 인간성을 높이자'라고 이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7장 총 108개의 이념으로 구성돼있는데, 입사를 하게 되면 예의범절과 인간성, 사람이 사는 일 등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이런 까닭에 이치란에서는 신입사원이든 아르바이트 직원이든 '야', '너' 등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규칙도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치란은 현재는 78개 매장을 갖고 있고, 요시토미씨는 연 매출 220억엔(2114억원)을 달성한 경영자로 성장했습니다. 경영철학에 대한 벤치마킹과 강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이치란 상표권을 팔라는 제안 등도 왔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하네요. 현재 후쿠오카의 돈코츠 라멘 맛을 알리자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궁극의 돈코츠 라멘’을 찾기 위해 40명의 라멘 장인과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돈벌이보다 사람의 마음을 아끼는 이치란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일본의 인기를 넘어 해외에서의 발걸음도 이어지는 까닭은 바로 마음을 끌어당겨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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