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작가의 루틴<8>-조해진의 '삶은 작은 것으로 구성된다'
북토크나 강연에서 나의 소설을 좋아하고 잘 읽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세상을 다 얻은 듯 힘이 나고 몇 번의 시상식에 운 좋게 초대되어 이름이 불리고 상찬의 말들을 듣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서 벗어나면, 특히 혼자 취한 날, 나는 다시 너무도 쉽게 자비 없는 혹독한 혼잣말의 세계에 입장하려 한다. 후회의 혼잣말은 긴 슬픔이라는 터널을 통과하며 죄책감으로 응축된다. 내 마음속 텅 빈 신전에는 시시때때로 나를 단죄하는 재판이 열리고 나는 탄원도 항소도 포기한 채 매번 주눅 든 얼굴로 피고석에 앉아 있곤 하는데, 사실 그 재판은 구름으로 만든 듯 아무런 실체가 없다는 것을, 물론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만 미워해…….
나의 또 다른 좋은 친구는 그렇게 나를 걱정하곤 한다. 아무도 기억 못 해,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않아, 모두가 너를 좋아해야 한다는 강박인지도 몰라, 라고 이어지는 친구의 조언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다행히 나는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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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와 불화하는 것은 어쩌면 조금은 복잡한 차원의 자기 보호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상상으로만 빚어낸 누군가의 차가운 시선과 아픈 말들을 내가 먼저 스스로에게 부여함으로써 철갑처럼 단단한 보호막을 만든 것일 테니까. 내 마음의 법정은 결국 내가 타인에게 애틋한 마음을 상실할 때 세워지곤 한다는 점에서 나를 부끄럽게 각성시키기도 한다. 내가 문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실 타인을 향한 애틋함을 잃지 않기 위함인데, 문장으로만 그것을 가장하고 현실에서는 망각한다면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큰 불행이 된다는 것, 나는 이제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건 곧, 나이가 준 여유이기도 하다.
-조해진 외 6인, <작가의 루틴: 소설 쓰는 하루>, &(앤드),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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