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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건너다 만 '조국'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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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1심 판결이 지난주에 있었다.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기소된 혐의들 가운데 자녀 입시비리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되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되었다. "피고인이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객관적인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그 잘못에 여전히 눈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질타는 상식과 다르지 않다.


[논단]건너다 만 '조국'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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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이 있기까지 우리 사회는 내전(內戰)과도 같은 극심한 분열과 갈등의 터널을 거쳐야 했다. 나라는 온통 ‘친조국 대 반조국’으로 갈라졌고, 서로가 불편해지는 광경이 다반사가 되었다. 대체 ‘조국’이 뭐라고. 설혹 검찰수사가 조 전 장관에게 가혹했다 한들, 위법 행위들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응당 반성하고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진영의 팬덤들은 ‘조국 수호’에만 매달리다가 민심의 이반을 낳고 결국 정권까지 내주게 됐다. 뒤늦게야 민주당은 ‘조국의 강’을 건넜다고 했다.

그런데 선고 다음 날 민주당은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국회 의석은 169석. ‘이재명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된들, 민주당은 이를 부결시킬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런 힘을 가진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어떠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검찰의 일방적인 판단이라고는 하지만, 이 대표가 받고 있는 각종 혐의들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수사를 하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가를 가려내자고 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 민주당은 조국의 강을 제대로 건너기도 전에 ‘이재명의 강’으로 쓸려가고 있다.


이번에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조씨는 자신은 떳떳하다면서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제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과연 본인들은 스스로에게, 아니면 그들의 가족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지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조씨는 아마도 다들 그런 입시부정 행위를 하는데 자기 가족들만 당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나 그렇게 위조하고 조작하는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조씨는 의사로서의 실력에 대한 평판을 묻는 질문에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 얘기를 들은 정유라씨가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 승마선수로서의 자질은 뭐가 그렇게 부족했길래 너네 아빠는 나한테 그랬을까?" 세상이 한편의 블랙 코미디가 되어 돌고 돈다. 어쩌다가 요지경 세상이 되어버렸다.


조민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응원하는 팔로워들이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젊은 사람이기에, 어려움을 딛고 한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다시 일어서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도 당당해 하는 모습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허탈해진다. 대체 재판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들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 앞에다 대고 ‘당사자로서의 자숙과 성찰’ 운운하는 소리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일 뿐이다. 상식과 가치를 뛰어넘으며 자기 진영은 언제나 정의롭다고 믿는 ‘초월적 정의’이다. 그러니 내전은 계속 이어질 모양이다. 우리 사회는 ‘조국의 강’을 건너다 말았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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