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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간첩단 수사' 확대…"국보법 위반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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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민주노총 관련자들 '간첩 혐의' 포착
제주·창원 간첩사건 이어 전국적 수사확대 수순
민주노총 "색깔공세·노동탄압…7월 총파업"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국가정보원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돌입, 간첩 지하조직을 색출하고 나섰다. 방첩 당국이 수사 중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간첩단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9일 국정원 등에 따르면 국정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와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 C씨, 금속노조 출신으로 알려진 제주평화쉼터 대표 D씨 등 4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포착,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은 전날 민주노총 본부에서 노트북과 외장하드, USB, 태블릿PC 등 40여 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는 한편, A씨 등의 주거지와 차량 등 증거물을 은닉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들을 대상으로 추가 압수수색도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국정원은 민주노총이 아닌 개인에 대한 수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 관계자는 "제주·창원 간첩단 사건과 민주노총 관계자들 압수수색 외에 추가로 수사 중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몇 년 전부터 간첩 활동의 실마리를 잡고 수사를 해왔는데 일련의 압수수색 상황들이 외부에 공개된 만큼 증거 인멸 가능성이 커져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련자들, 해외에서 北 공작원 접촉했나
북한 인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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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관계자는 "수년간 내사했던 사안들로 (압수수색에 필요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며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포착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반정부 투쟁을 위한 지하조직을 구축하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 당국은 A씨가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북측으로부터 지령을 받은 뒤 B씨 등을 통해 국내에 반정부 투쟁을 위한 지하조직을 결성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본부에서 간부급으로 있는 A씨가 먼저 북한에 포섭된 뒤 나머지 3명을 내부에서 움직여 북한의 지령대로 노조의 정책·활동에 영향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히는 A씨는 2016년 8월 중국 베이징,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 2019년 8월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최소 3차례에 걸쳐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9월 A씨가 프놈펜에서 공작원과 접촉했을 당시에는 B씨와 D씨도 같은 호텔에 머물면서 시차를 두고 각각 북측 인사와 접선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소속 C씨의 경우 2019년 8월 A씨가 하노이에 방문할 당시 동행, 북한 공작원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창원부터 민노까지…간첩단 수사 확대 수순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앞에서 국정원 직원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앞에서 국정원 직원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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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제주·창원 지역 지하조직 수사를 시작으로 한 국정원의 간첩단 수사는 전국적으로 확대 수순에 들어간 양상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11~12월 두 차례에 걸쳐 제주 지역 진보정당 전직 간부 K씨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제주 지역 진보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ㅎㄱㅎ(한길회)' 사건과 창원에 거점을 둔 자주통일 민중전위 관련 수사였다.


대표적으로 K씨는 제주도에서 북한 영화 상영회를 여는 등 친북 활동을 벌인 인물이다. 그는 북한 문화교류국 대남 공작조와 회합하면서 2017년 중순 캄보디아에서 공작원과 접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암호 프로그램 사용법 등을 교육받았으며, 북측으로부터 '부문 조직 건설' 등의 지령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지난해 9월 한길회를 결성했으며, 이는 '조국통일의 한길을 가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원은 이번 압수수색과 제주·창원 간첩단 사건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선 앞선 강제수사 과정에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혐의와 관련한 단서들을 포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해외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고 지하조직을 구축하려 했고, 북한과의 통신·연계 방식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두 사건의 큰 뿌리는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정원 애먹이는 신종 연락수단…'사이버 드보크'
국정원·경찰, '국보법 혐의'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 시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정원·경찰, '국보법 혐의'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 시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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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 당국이 수사에 가장 애를 먹는 지점은 새로운 연락 방식이다. 제주도에 지하조직 'ㅎㄱㅎ'를 설립한 것으로 파악된 진보정당 전직 간부는 2017년 중순 캄보디아에서 공작원과 접촉한 뒤 최근까지도 감시망을 피해 교신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이 어려운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와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e)' 등 수단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스테가노그래피는 기밀 정보를 이미지나 오디오, 텍스트 등 미디어 파일에 숨겨 전달하는 암호 기법이다. 겉보기엔 특이점이 없지만, 그 안에 암호화된 지령을 심어놓고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확인이 가능한 방식이다. 2021년 간첩 활동으로 3명이 구속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에서도 스테가노그래피로 북한과 지령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사이버 드보크는 전자우편 계정을 공유, 지령을 교신하는 방식을 말한다. 드보크란 간첩이 공작 활동을 위해 필요한 걸 숨겨놓는 장소를 뜻하는데, 과거 간첩들이 특정 장소에 지령을 남긴 뒤 시차를 두고 나타나 확인했던 방식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진 것이다. 최근 간첩들은 구글을 비롯해 국내 수사기관이 추적하기 어려운 해외 서버 기반의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암호화된 문서를 올려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 역시 사이버 드보크 등을 이용해 북한과 수년간 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공개적 대공수사 말이 되나…노동탄압"
민주노총 '공안탄압 중단하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노총 '공안탄압 중단하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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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노총은 국정원의 전방위적 간첩 수사 확대를 놓고 '공안 통치의 부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 등을 계기로, 다가오는 노동절 총궐기와 7월 총파업 투쟁까지 예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한 사람의 책상 하나를 압수수색하는 데 1000명에 달하는 경찰이 동원됐다"며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 민주노총의 입을 막기 위한 색깔 공세"라고 주장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이번 압수수색은 피의자의 혐의 여부를 밝히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밀성과 은밀성이 요구되는 대공수사를 공개적으로 하는 건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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