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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中 천인계획 성공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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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중국의 천인 계획이 연구자들을 고향으로 이끌어 연구 성과를 높였다."


지난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온라인 헤드라인으로 선정한 기사의 제목이다. 중국 국립자연과학연구재단이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인용했다.

논문은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외국 박사 학위를 받고 천인계획의 수혜를 받아 귀국한 300명가량의 유학파들을 상대로 연구 실적을 조사했다. 이 결과 천인계획으로 귀국한 중국 유학파들은 귀국 전 5년 동안 출판한 논문 실적이 비슷한 경력의 미국 연구자들 전체에서 상위 15% 내에 들어가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만큼 우수 과학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다만 거절하고 남은 잔류파들 중엔 상위 10% 이내의 최고 엘리트급들이 많았다. 이미 훌륭한 재정·자원을 지원받고 있어 유혹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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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귀국 유학파들이 돌아온 후 미국에 남은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연구 성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귀국 유학파들은 잔류파보다 27%나 더 많은 논문을 써냈다. 인용 실적 상위 10% 학술지 등을 포함해 연간 평균 1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경우도 귀국 유학파가 잔류파보다 더 확률이 높았다. 연구팀의 책임자로 임명돼 독립적인 연구 경력을 구축할 수 있는 지원을 받았다는 얘기다. 물론 이 같은 중국의 인재 유치 정책은 미국과 다른 국가들로부터 ‘기술 빼가기’라는 의심을 받았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인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실시한 이후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초청받은 외국인 과학기술자들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었다 싶으면 곧바로 해고하는 등 ‘단물 빼먹기’로 악명이 높기도 했다.


이는 한국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한국은 현재 출산율 저하, 인구 고령화 등으로 과학기술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핵심은 중국 정부의 풍부한 인력·재정 지원 덕에 유학파들이 자신들이 공부했던 미국 등 해외 국가에 남아 있는 동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연구 성과를 쏟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인구 고령화·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도 어렸을 때 국내에서 난다긴다하던 천재·수재들이 미국에 유학갔다가 돌아오지 않아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치자. 편안한 환경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과학자들을 끌어들이면 된다. 인종·국적 등에 상관없이 전 세계의 연구자들을 모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배우고 싶어서 찾아온 외국인 유학생들에게조차 불친절하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등 고등 과학기술 교육 기관들이 정부에 외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 장기 거주 비자(F2)·영주권 발급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호소한 게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올해도 국내총생산(GDP) 기준 연구개발(R&D) 예산이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재정을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재정 못지않은 게 바로 인재다. 중국의 천인 계획 못지않은 인재 육성·유치 노력이 절실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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