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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스토리]김만배 전방위 로비 규명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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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간부 등 돈거래 충격적
엄정한 내부 진상조사·징계 필요
검찰, ‘50억 클럽’ 등 로비 수사 속도내야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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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수상한 돈 거래를 한 언론사 간부가 여럿 드러났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관계와 법조계 등을 상대로 한 김씨의 전방위 로비에서 언론계도 예외가 아니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건 한겨레신문 간부 A씨다. 애초 6억원으로 알려졌던 금전거래 규모가 9억원으로 확인되자 한겨레신문은 A씨를 해고하고, 대표이사·편집국장 사퇴와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하는 두 번째 사과문을 올렸다. 발 빠르게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 1988년 창간 이후 35년간 쌓아온 한겨레신문의 이미지에 치명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중앙일보 간부는 김씨에게 8000만원을 빌려줬다가 이듬해 9000만원을 돌려받았고, 한국일보 간부는 김씨에게 1억원을 빌렸다가 갚았다. 조선일보에서 논설위원을 지낸 간부는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4개월 만에 3500만원을 받았다. 이 밖에도 퇴직 후 화천대유 고문이나 홍보실장을 지낸 통신사·경제지 간부가 있고, 골프장에서 김씨에게 현금이나 상품권을 받은 기자가 여러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드러난 게 이 정도니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게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당사자들은 빌린 돈이라는 등 나름의 해명을 내놨지만, 대부분 법조팀장이나 사회부장, 논설위원 등 대장동 관련 보도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기자들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수사와는 별도로 각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엄정한 진상조사와 상응하는 징계를 통해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자정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검사나 기자나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다”라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났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김씨나 논란이 된 기자 대부분이 함께 법조를 출입했던 선배나 동료 혹은 후배이기에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같은 상황에서 나는 과연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제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해온 이른바 대장동 수사의 ‘본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조사만 남았다. 반면 ‘대장동 50억 클럽’으로 대표되는 로비 관련 수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나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을 기소한 것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 대표나 민주당이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야당 탄압’ 프레임을 씌우고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한다”고 비판할 수 있는 빌미를 검찰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 언론계 등 대장동 일당의 검은 돈이 닿은 전 분야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서야 한다.


한편으론 늦었지만 이제라도 로비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만일 지난해 대선에서 이 대표가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그래서 변죽만 울리는 수사를 했던 문재인 정부 친정부 검사들에 이어 이 대표가 직접 선택한 믿을 만한 검사들이 대장동 사건을 수사했다면, 과연 지금까지 드러난 일련의 비리들과 김씨의 전방위 로비, 수상한 돈의 흐름이 파헤쳐졌을까. 부끄럽고 아프지만, 아직 바로잡을 기회가 남아 있다는 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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