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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포스트차이나 베트남, 현실인가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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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목 집중된 베트남, 선택지 많아
베트남이 중국 대신할 기회의 땅 되려면
막연한 기대감 아닌 장기적 전략 필요

[시시비비]포스트차이나 베트남, 현실인가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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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과 브라질이 붙었을 때 베트남 사람들은 어느 나라를 응원했을까. 한류 효과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수출의 20%를 책임질 만큼 그들에게 소중하다는 사실도 정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베트남 SNS에는 1대 4로 패한 한국을 조롱하는 포스트들로 넘쳐난다.


베트남이 우리 최대 무역흑자국이 됐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중국을 대신할 생산기지로서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요소수 97.7%를 중국에 의존하다 뒤통수 맞고 ‘다변화’ 필요성을 절감한 경험도 소환됐다. 베트남은 ‘포스트차이나’가 될 것이 확실하며, 수교 30년간 무역과 교류에 적극 임한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보인다.

그런데 베트남 사람들은 왜 박항서의 나라를 응원하지 않았을까. 하노이에 진출한 한 사업가 말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베트남 공산당은 한국을 반드시 따라잡아야 할 경쟁국으로 일찌감치 설정했다. 이런 정책 기조는 베트남 국민 상당수에 각인돼 있다. 의도치 않게 우리는 베트남의 라이벌이 돼 있었다.


베트남이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달라진 건 코로나19와 관련 있다. 베트남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도 고성장을 유지했다. 지난해 8%, 올해 6% 이상 성장률이 예상된다. 베트남 입장에서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을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 가시권에 들어온 만만한 국가다.


이런 자신감에 기름을 부은 건 애플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 공장 이전 소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글로벌 기업의 탈 중국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애플의 핵심 제품이 이르면 5월부터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기업뿐 아니라 미국·일본·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베트남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전략적 가치를 알아봤다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미·일·중은 우리에겐 없는 외교·안보적 중대한 지렛대까지 가지고 있다.

여러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의 시선이 베트남에 쏠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베트남이 기다렸다는 듯 반길 것이란 착각에 빠진 건 아닌지 차분히 되짚어 봐야 한다. 한국 내 반베트남 정서 그리고 현지의 반대 분위기를 우리 정부는 관리할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가.


과연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도 필요해 보인다. 중국 외교학원 세계 정치연구센터의 스잔 주임이 국내 전문 언론 차이나랩에 전한 내용을 보면, 중화학 공업 기반이 튼튼했던 중국과 달리 베트남은 관세 등 무역 조건에서만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는 위치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국 시장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브 따잉 뜨 아잉 풀브라이트 베트남대학 학장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베트남이 외국인 직접투자를 가려 받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고 싶은 베트남에겐 한국이나 삼성 말고도 많은 선택지가 있다. 한국이 베트남이 바라는 최상의 파트너라는 환상은 우리만의 희망일 수 있다. 우리는 장기적인 외교 전략, 특정 국가에 올인한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다변화 전략, 국민 정서 관리 등 다방면의 전략 수립에 늦기 전에 나서야 한다. 갈 길은 멀고 우리가 그리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는 건 아니라는 현실은 분명하다.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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