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투세 유예안이 반쪽짜리 합의인 이유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1000만 개인투자자가 바라던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의 2년 유예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행대로 종목당 10억원 이상(또는 지분 1~4%)을 보유한 대주주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반쪽짜리 합의에 그친 탓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주주 요건은 종목당 1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었다. 이후 2014년 50억원에서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으로 낮아졌다. 2020년 10억원으로 또 낮춰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개인투자자 증가, 주식시장의 규모 확대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10년 전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인데도 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종목별 보유금액 현황을 살펴보면 현행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주주는 6316명이다. 100억원 이상 보유 주주가 1411명, 10억원 미만 주주가 2744만명이다. 보유 금액 기준으로 보면 다르다.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 주주의 보유금액은 16조5100억원이다. 100억원 이상(162조6900억원), 10억원 미만(248조6200억원)과 차이가 크다. 소수의 자산가를 겨냥한다는 대주주 요건 취지에 맞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100억원으로 올리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자감세'라며 반대해 끝내 개정하지 못했다. 평가금액 기준 10억원 이상 주식 보유자에게는 세율 22~23%의 주식 양도세와 지방세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연말만 되면 양도세 회피용 '매물 폭탄'이 쏟아졌다. 올해 역시 오늘과 내일 2거래일만 남은 상황에서 매물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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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코스피가 3300선까지 올랐던 건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한 덕이 컸다. 연말 국내 증시는 '산타랠리'는 커녕 '사탄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증시가 한단계 더 뛰어오르려면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개인투자자의 시장 이탈을 부추기는 국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연일 하락하는 지수와 개인투자자의 민심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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