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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개월 연속 둔화하며 지난해 말 이후 가장 낮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 고비를 넘겼을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신호가 확인된 셈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속도 조절에도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11월 CPI, 7.1% 상승...작년 말 이후 최소폭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7.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폭 상승으로 전문가 전망치(7.3%)를 밑돈다. 올해 6월 9%를 돌파했던 CPI 상승폭은 이후 둔화세를 이어오고 있다. 11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올라 시장 전망치(0.3%)를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를 밑돈다. 전월 대비 0.2%의 상승폭은 2021년 8월 이후 최소치다. 인플레이션인사이트의 창업자 오마르 샤리프는 "상당히 광범위한 둔화를 보여주는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품목별로는 주거비·식료품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의 하락세가 전체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당폭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CPI 구성항목에서 에너지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 하락했다. 휘발유 가격이 2% 떨어진 데 따른 내림세다. 다만 에너지물가는 여전히 1년 전 대비로는 13.1%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CPI의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 7.1%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0.6% 상승해 최근 4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 식료품은 전년 동월 대비 10.6%, 전월 대비 0.5% 올랐지만 10월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이 밖에 중고차 가격, 항공료, 의료서비스 비용도 하락세가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 주거비, 자가주거비(OER)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의 둔화세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서비스물가는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표 상 "미래 근원 물가의 방향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라고 언급했던 부분이다.


◆"Fed, 운신의 폭 넓어졌다" 내년 베이비스텝 가능성도

이번 CPI는 이날부터 이틀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개됐다. 시장은 CPI와 상관없이 14일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며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79% 이상 반영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0%가 된다.


치솟던 물가의 하강곡선이 한층 분명해진데다 시장 예상까지 밑돌면서 Fed의 속도 조절에도 명분이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Fed의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진 셈이다. 12월 빅스텝에 이어 차기 회의인 내년 2월 FOMC에서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좁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에서 12월 빅스텝에 이은 2월 베이비스텝 가능성은 전날 35%대에서 이날 CPI 공개 이후 55%대까지 높아진 상태다. 반면 2월 빅스텝 가능성은 10%포인트 이상 내려앉았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북미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예상을 하회한 10월 CPI는 한차례 데이터로 치부할 수 있지만, 11월 CPI가 추가로 둔화하며 이러한 추세를 묵살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스파트란 캐피털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꺾이는 추세"라며 "Fed가 덜 공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 12월 0.5%포인트 인상에 이어 (내년 2월부터)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Fed가 14일 금리 결정과 함께 공개할 물가 등 경제전망도 대기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주요국들의 동시다발적 금리인상, 코로나19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차질 개선 등을 거론하며 내년 물가 오름세가 한층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이 없을 경우 내년 말 인플레이션 수준이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언제든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변수가 여전한데다, 최악의 물가 국면을 넘었더라도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당분간 고물가 추세는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이는 시장이 기대하는 Fed의 피벗(pivot·방향 전환)이 예상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 역시 14일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피벗 기대에 선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공개한 11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도 향후 기대인플레이션율 전망은 하강 추세를 보였지만, Fed의 목표치인 2%대까지는 최소 5년이 소요될 것이란 답변이 확인됐다. S&P 글로벌 역시 2023년 경기전망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도 고물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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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예상을 밑도는 인플레이션 지표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3대지수는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 동부시가 기준 오전 11시45분 현재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7%오른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5%선 아래로 미끄러졌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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