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썰]"회식 후 무단횡단 사망 공무원, '순직급여 감액' 안돼"
회식에서 만취… 도로 무단횡단한 공무원
法 "개인 과실 아냐… 순직급여 절반 감액 부당"
회식 후 만취상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사망한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개인 과실이 적용되지 않는 순직"이라고 판단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6급 공무원이던 A씨(51·남)는 2020년 6월10일 오후 6시30분쯤 구청 회식에 참석했다. '직원격려 및 운영 관련 간담회'를 명목으로 열린 자리였다. 상관을 포함해 공무원 6명이 참석했고, 이들은 소주 12병과 맥주 3병을 마셨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9시30분쯤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약 1시간 뒤, 그는 자택 인근의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제한속도가 시속 60㎞인 도로였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세상을 떠났다.
유족 측은 그 해 10월 말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인사혁신처는 순직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과실을 인정하는 '가결중과실'을 적용해 급여를 절반만 주겠다고 했다. 공식적인 회식을 마치고 퇴근 중 발생한 사고였지만, A씨의 무단횡단은 만취 상태였단 점을 고려해도 안전 수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란 취지다.
현행 공무원연금법 제62조 3항 1호 및 시행령은 '중대한 과실에 의해 질병·부상 등을 발생하게 하거나 사망한 경우, 혹은 그 회복을 방해한 경우 급여액의 2분의 1을 줄여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족 측은 "A씨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중간관리자로서 회식에서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실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판단 능력이 사라져 무단횡단을 한 것"이라며 "더구나 사고 차량은 제한속도를 시속 25㎞나 초과했다. 운전자의 과실이 더 컸다"고 호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공무원연금법의 취지나 목적 등에 비춰보면, '중대한 과실'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이라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남성 3명, 여성 3명 등 총 6명이 참석한) 회식에서 A씨는 적지 않은 양의 술을 마셨던 것으로 보이고, 과음행위에 대해 상급자의 만류나 제지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직무와 관련된 회식으로 불가피하게 만취 상태가 됐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무단횡단을 하다 이 사건 사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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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그 무단행위는 20만원 이하의 벌금 및 구류, 과료에 처할 사건이다. 사고의 경위, 행위 정도에 비춰 중대한 범법행위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보면, 시행규칙에서 정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고 차량은 제한속도를 초과했고, 그 충격으로 A씨에게 심각한 상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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