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추모 메모 전수 분석
'스토킹 강력 처벌', '전주환 반드시 사형' 목소리 많아
스토킹 범죄 해석 달라 사회적 갈등도

27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일어난 화장실 입구에 붙은 추모 메시지. 메모장 뒤에는 입구 안내판에 쓰여있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포스트잇으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27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일어난 화장실 입구에 붙은 추모 메시지. 메모장 뒤에는 입구 안내판에 쓰여있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포스트잇으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화영 인턴기자] "상대방이 불안을 느끼면 그게 바로 '스토킹' 입니다."


27일 오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현장에서 추모 메시지를 적어가던 10대 여학생은 '스토킹 범죄'에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사건 현장에는 대부분 피해 여성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20~30대 여성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한 20대 여성은 울먹이면서 "왜 이 사건을 여성혐오로 보지 않는지 의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요즘의 스토킹은 연인 관계로 한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이나 부모님 세대는 '연인관계에서 일어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사건 현장이 곧 추모의 공간이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 여성을 위한 분노의 창구가 되버린 현장에는 "너무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 "전주환을 사형해라!" 등 내용이 담긴 추모 메시지가 화장실 입구 벽을 가득 채웠다.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 옆 벽면에는 매일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메시지에는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후배님 편히 쉬세요. 죄송합니다." 라는 추모 문구도 있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 옆 벽면에는 매일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메시지에는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후배님 편히 쉬세요. 죄송합니다." 라는 추모 문구도 있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


취재진이 이날 오후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수준에서, 추모 포스트잇을 전수 조사한 결과, 대략 3000여장의 추모 메모가 붙었고, 메모장이 서로 붙어 확인이 어려운 메시지를 제외한 2307장 내용 분석 결과, △추모 41.20%, △자조 죄책감 8%, △여성인권 보장14%, △ 스토킹 처벌 강화 5.20%, △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6.20%, △수사기관·서울교통공사 비판 2.10%, △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 등 의지·다짐 22.80%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토킹 법을 강화하라는 취지의 문구는 매우 단호한 어조로 쓰여있었다. 또한 화장실 입구에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女幸) 화장실'이라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그 위로 '거짓말'이라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여성이 안전한 도시는 없다는 취지의 비판으로 해석된다.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를 종합하면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와 함께, 더 이상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나올 수 없게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컸다. 이어 살인범 전주환을 반드시 사형해달라는 분노가 거셌다. 수사기관과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추모객은 '제발 그만'이라고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스토킹 살인사건, 불법촬영 등 여성을 겨냥한 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메시로 보인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한 추모객은 '제발 그만'이라고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스토킹 살인사건, 불법촬영 등 여성을 겨냥한 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메시로 보인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


◆ "남녀 문제 아냐?" 스토킹 범죄 제대로 이해 못해…여전한 '2차 가해'


그러나 추모 현장 일각에서는 추모 메시지 전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60대 남성은 취재진에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3개월간 동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주장의 근거를 요구하자, 남성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남성을 따라가며 재차 '주장의 근거가 무엇이냐' , '어떤 뉴스를 봤냐' 등 질문을 했지만, 남성의 발걸음을 더 빨라질 뿐이었다.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였다.


이 같은 상황은, 스토킹을 해석하는 관점이 달라 벌어지는 탓으로 해석된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포스트잇을 분석하고 있을 때도 일부 시민은 연애 문제에서 비롯한 사건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역시 근거는 없었지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이날 만난 또 다른 시민들은 스토킹 범죄에 대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지속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10대 여학생은 "피해자가 충분히 의사 표현을 했고 신변 보호 요청을 했음에도 결국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가장 필요한 것은 '처벌강화'와 '여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대 회사원 남성 김모씨는 "한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불법 촬영을 저질러 재판 중임에도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것은 사법 체계의 허술함을 보여준다. 가해자에 대한 감시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들 역시 불법 촬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주환이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집요하게 괴롭히다 결국 살해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신당역 사건 피해자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민고은 변호사(법무법인 새서울)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인의 추가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초기에는 전혀 다른 사실관계로 언론 보도가 이뤄졌다. 그래서 유족의 뜻에 따라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언론 인터뷰를 계속했지만, 게시되는 기사는 저의 의도와는 달랐다"고 했다. 이어 민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2년 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라며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부차적이다"고 했다.

AD

한편 정부와 국회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