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속영장 기각률 10%대
잠정조치 4호도 일주일 구금뿐
주거제한 등 담은 '조건부 석방제' 필요성

스토킹 끝에 20대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 19일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스토킹 끝에 20대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 19일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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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에도 스토킹범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고 있다.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히 분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동부지법은 22일 가위를 들고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찾아간 20대 남성 A씨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다만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1~4호는 모두 법원이 인용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19일 가위를 들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피해자를 찾아가 음식을 뿌린 혐의로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가 사건 이전에도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했지만 실제 피해 발생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도 지난 21일 스토킹처벌법위반, 주거침입, 폭행 혐의를 받는 20대 B씨에 대해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법원의 구속영장은 기각률은 10% 수준. 영장 기각률은 13.6%였으며, 구속적부심을 통한 석방까지 합하면 14.5%다. 사법기관은 구속을 포함한 잠정조치 인용을 통해 추가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조치인 잠정조치 4호(유치장 구금)의 경우에도 일주일이 지나면 해제되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질적 분리가 어렵다. 잠정조치를 어기면 체포가 가능하지만 이미 사건 발생 직후이므로 실제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잠정조치 이행 어겨도…집행유예 등 처벌 수위 낮아

잠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처벌도 수위가 낮다. 지난 5월 총 9차례에 걸쳐 잠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C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 전부였다. 이에 대법원은 ‘조건부 석방제’를 도입해 일정 조건으로 구속을 대체하자는 의견을 낸 상태다.

조건부 석방제는 ▲주거 제한 ▲위치 추적 장치 부착 ▲보증금 납부 등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해당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원이 스토킹 범죄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가해자 활동 반경을 제한하고 능동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하는 등 선제적 공권력 개입이 필요하다"며 조건부 석방 제도 강구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구속영장 발부 요건에 ‘위해 우려, 보복 우려’ 등을 보충하고, 판사들이 구속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경감하는 추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구속영장 발부에 ‘위해 우려’, ‘보복 우려’ 등이 들어가야 한다"며 "특히 피해자에 대한 보복 우려는 여성 폭력 범죄에서 우선순위에 두고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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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기각에 경찰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형사과 직원들은 24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잠정조치 4호의 경우 해당 기간이 끝나고 나면 가해자가 자유롭게 생활하기 때문에 위험 수준이 훨씬 높아진다"며 "피해자의 옆을 계속 지키고 있지 않으면 출동하면서 시차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도 "사건 접수, 조사, 모니터링 담당 등을 하는 직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스토킹범죄는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덧붙였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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