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금융 키운 캐피탈사…중·저신용사 중심 부실 위험↑"
한국은행 9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
"캐피탈사, 금융기관 간 거래 의존도 높아 위기 발생 시 금융시스템 전반 위협할 수 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캐피탈사들이 본업인 할부·리스 사업의 경쟁 격화에 따라 기업·투자금융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중·저신용 캐피탈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단 분석이 나왔다.
23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캐피탈사의 기업·투자금융 자산은 상반기 말 기준 약 110조7000억원으로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할부·리스 자산(71조3000억원)을 큰 폭으로 앞섰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기업·투자금융 자산은 37조2000억원 수준으로 할부·리스 자산(43조원)에 미치지 못했으나 수년 새 순위가 역전된 것이다.
기업 대출의 경우 부동산 PF 대출의 비중이 높았다. 기업 대출 중 부동산 PF 대출의 비중은 3조8000억원에서 24조8000억원으로 급등했다. 투자금융 역시 부동산(오피스·호텔) 관련 수익증권 및 신기술금융자산을 중심으로 늘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캐피탈업계의 자동차 할부금융 점유율이 같은 기간 93.6%에서 81.3%로 10%포인트 넘게 축소되고, 가계대출 규제로 주력사업 경쟁력이 악화하는 가운데 자산시장(부동산·주식)이 호조세를 보이면서다.
문제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확대되면서 대출자산의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특정한 분야 및 차주에 신용집중 위험도 커지고 있단 점이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로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미분양 확대 등이 나타날 경우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단 우려다. 실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한 시기 전국의 미분양 물량이 약 3만3000호(2007년 1만7000호, 2009년 5만호)가량 증가하자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09년 3.6%에서 2010년 16.2%로 12.6%포인트 상승한 바 있다.
이에 상응하는 시공사의 신용보강도 취약한 상태다. 캐피탈사 PF대출 사업장 시공자의 약 40%는 신용등급이 BBB 등급 이하인 상황이다. 한은은 "캐피탈사 부동산 PF 대출의 건당 평균 잔액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105억3000만원에 이른다"면서 "개별 PF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그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면서 유동성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 자체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차입 부채 대비 시장성 조달(여신금융채, 단기사채, 기업어음 등) 비중이 상반기 기준 84.2%에 달하는데, 최근 들어 여전채 금리가 5%(AA+ 등급 3년물 기준)를 넘어서고 스프레드 또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 발행 만기 2년 이내 여전채 발행액 비중은 지난해 38.3%에서 상반기 50.0%로 확대되는 등 차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특히 자금 운용 구조나 건전성 지표를 고려할 때 신용등급이 A 이하인 중·저신용 캐피탈사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기업·투자금융 자산 비중이 상반기 말 기준 64.4%로 고신용사(46.8%) 대비 현격히 높고, 기업대출 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 역시 56.5%로 고신용사 대비 11.4%포인트 높아 부동산 경기 하락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연체율도 지난해 4분기 들어 상승 반전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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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캐피탈사가 기업·투자금융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으나 이는 캐피탈사의 전문영역이 아니고, 리스크 평가 역량이 낮은 중·저신용사가 (기업·투자금융) 취급 비중이 높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캐피탈사는 금융기관 간 거래 의존도가 높아 일부의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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