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환율·물가 괜찮다?" 복합위기 오는데‥정부 '나홀로 낙관론'
상품수지, 환율 등 정부 메시지 관리 연이어 실패
시장 불안 자극 및 정책 신뢰도 하락 우려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복합위기 속에 정부가 내놓는 '낙관론'이 잇달아 빗나가고 있다. 시장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측면이 크지만 정부가 메시지 관리에 실패하면서 시장 불안 및 정책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2일 '최근 무역수지 동향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최근 무역수지 적자와 관련해 "상품수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8월 1~20일 무역수지 적자가 발표된 이후였다.
기재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생산 수출 확대 등 최근 무역구조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며 "상품수지는 중계무역 호조 등으로 6월까지 흑자를 지속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품수지가 올해 1월 8억달러, 2월 43억달러, 3월 56억달러, 4월 29억달러, 5월 27억달러, 6월 36억달러로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불과 2주 뒤인 이달 7일 발표된 7월 상품수지는 적자로 돌아서며 정부의 발언을 공언으로 만들었다. 결국 상품수지 흑자를 강조하는 내용의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한 기재부 경제분석과는 지난 16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9월호(그린북)'에서는 7월 상품수지 적자 전환을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은 정부가 괜찮다고 한 '경상수지'도 8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고했다. 8월 무역적자가 이례적으로 94억7000만달러를 기록함에 따라 상품수지와 경상수지가 함께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는 다르게 나온다"고 밝혔지만 이 발언 역시 빗나가는 건 시간 문제가 될 공산이 커졌다.
환율 이슈도 마찬가지다. 추 부총리는 지난 6월 이후 "환율 1300원 자체를 경제 위기 상황 징표라고 보긴 어렵다", "달러화 강세로 다른 주요국 통화가치도 내려가고 있어 위기 징후로 볼 수 없다"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그러나 1290원대였던 원·달러환율은 1390원대까지 치솟으며 14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환율이 치솟자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내비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환율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한 자연스러운 논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9월말 10월초' 물가 정점론도 최근 물가 급등 상황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예상대로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수 있지만 겨울철 유럽발(發) 에너지 수급 불안,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9월말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어도 여전히 고물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나홀로' 낙관론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실제로 정부 내부적으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추 부총리는 19일 라면 등 식품 가격을 올리고 있는 가공식품업계를 만나 가격 인상 최소화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날로 예정됐던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도 물가 자극 우려 등 부처 간 이견으로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과도한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메시지는 필요하지만 정부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과 빗나간 예측은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정책 신뢰도를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전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우려 등 복합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주요 기관들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는 추세다. 이번주에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각각 2.2%, 2.3%로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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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 정부가 '괜찮다, 불안하지 않다'고 하면 시장은 오히려 반대로 해석한다"며 "정부가 메시지 관리에 보다 신중해야 하며, 메시지 보다는 정교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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