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몇 해 전 스페인 발렌시아가 지역의 한 미술품 수집가는 자신이 소장한 바로크 회화 거장 무리요의 성모 마리아 복제화를 복원가에게 맡겼다가 돌아온 작품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세척 후 복원 과정을 거친 성모 마리아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 돼서 주인에게 돌아왔다. 스페인예술품보존협회(ACRE)는 이 사건을 계기로 즉각 명화 복원 자격의 엄격한 국가 관리 촉구에 나섰지만 이미 작품은 망가진 뒤였다.


피카소와 호안 미로, 달리와 벨라스케스를 배출한 스페인은 미술 강국으로 알려져 있으나 어설픈 작품 복원으로 잇달아 국제적 망신을 샀다. 2012년 보르하시(市) 미제리코르디아 성당의 19세기 프레스코화 ‘엣체 호모(Ecce Homo)’는 습기 문제 등으로 손상이 심해지자 지역의 복원가가 작업에 나섰다가 작품이 훼손돼 작품명이 Ecce Homo(이 사람을 보라)가 아니라 Ecce Mono(이 원숭이를 보라)가 아니냐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2018년에는 에스텔라시 성 미카엘 교회가 소장한 성 조지 나무 조각상이 복원작업 후 만화 캐릭터처럼 훼손돼 당국이 해당 공방에 벌금을 부과한 사건도 있었다.

탄생과 동시에 시간과 외부 환경을 마주하며 위험에 노출되는 미술작품은 그 연식이 오랠수록 필연적으로 보존과 복원을 요한다. 세계 미술계에서는 복원자의 기준 또는 취향으로 인해 스페인의 복원 참사와 같이 작품이 변형되는 것을 막는 보존윤리에 대한 중요성이 복원기술력, 예방보존과 함께 강조되고 있다. 또한, 미술의 장르가 회화나 조각을 넘어 미디어아트, 설치미술로 확장됨에 따라 컨서베이터(Conservator·미술품 보존 전문가)의 영역 또한 테크니션과 관리분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안전과 보존 문제로 4년여간 잠들어있던 백남준의 최대 규모 작품 ‘다다익선’이 최근 복원작업을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갔다. 통상 하루 12시간 가동하면 8만 시간(약 18년) 사용이 가능한 작품 제작 당시 출시 모니터의 특성상 다다익선은 시한부가 예고된 작품이었다. 설치 당시엔 10년만 전시하기로 약정했던 것을 작가 동의를 거쳐 2003년 대대적 교체 수리를 진행했지만, 모니터의 한계로 수리와 교체를 반복하다 결국 2018년 가동 중단됐다. 복원에 착수한 국립현대미술관은 난제에 빠졌다. 미디어아트 작품의 보존에 대한 국내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디어아트 작품 복원이 활발한 외국의 경우 다양한 방법이 선행되고 있다. 독일 ZKM 미술관은 똑같은 브라운관 모니터를 수시로 사들여 보수를 대비한다. 일본 ICC 미술관은 작가 동의하에 새로운 매체를 적용하는 수정을 진행하거나 권한을 위임받아 복원작업을 진행한다. 영국 FACT 미술관은 TV케이스는 그대로 두되 내부 브라운관을 평면 모니터로 바꿔 원본성은 보존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다다익선은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되 불가피한 경우 일부 대체 가능한 디스플레이 기술 도입’이라는 기준을 두고 중고 모니터 확보를 통해 737대의 브라운관 교체와 6·10인치 모니터 266대의 LCD 교체로 복원 3년 만에 다시 불을 밝힐 수 있었다.

AD

"나는 기계에 대한 저항으로서 기계를 사용한다." 백남준의 메시지를 잇고자 진행된 이번 다다익선 복원은 국내 미디어아트 보존과 복원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다다익선을 작가가 마주했다면, 그는 뭐라 말했을까.


[예잇수다]복원된 ‘다다익선’을 봤다면 백남준은 뭐라고 했을까 원본보기 아이콘

편집자주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 등 예술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