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보유세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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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정부 정책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시각에서 경제학의 ‘합리적 기대이론’만큼 큰 영향을 준 사상은 없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의 현재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경제 정책 입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동산 거래만큼 가계의 현재와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선택이 없을 것이고, 이에 정부 정책을 포함한 미래 여건에 대한 기대가 큰 결정 요인임은 당연하다. 특히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조세정책은 이러한 경제주체의 기대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부동산 정책 중 보유세만큼 모든 정권에서 큰 이슈가 되는 조세정책은 없을 것이다. 현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도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기준을 현행 주택 수 중심에서 주택 가격 합산액으로 전환하고 적용 세율도 일부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주택자 중과 제도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방지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해당 종부세 개편안이 다주택자에 대한 부당한 감세라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지난 정권처럼 현 정부도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마다 바뀌는 정책이라면 경제 주체는 이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고, 특히 주택과 같은 중장기 결정에 있어서 이러한 변동성은 어떤 정책이든 그 효과를 바라기 힘들게 된다. 이러한 정책 불확실성은 시장 교란의 원인이 되고 가계의 선택을 교착 상태에 빠지게 한다.


이에 정파를 넘어선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된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불확실성이 해소된다. 가계는 이러한 합의된 정책이 오랜 기간 유지될 기대를 갖게 되고 합리적인 주택 거래 결정을 할 수 있다.

필자는 보유세 정책에 있어서 얼마든지 합의점이 있다고 본다. 주택 수 중심이든, 주택 가격 기준이든 다주택자를 비롯한 자산가에게 누진적 세 부담을 귀속시킨다는 정책 의지는 어느 정권이든 공통이다. 차이점보다는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합의의 시작이다.


보유세 자체를 단순화할 필요도 있다. 보유세는 단순화하고 저가 주택 소유자나 장기 소유자의 경우 세액 공제 등 소득세 정책으로 이를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행 보유세 정책은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일반 국민은 산출하기도 너무나 어려운 실정이다.


구조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같은 주택 거래를 하더라도 그 방식이나 가계의 소유 구조에 따라 세금 회피의 루프홀이 존재하는 등 천차만별의 세액이 공존한다. 합당한 방식이라도 이러한 복잡성은 취약계층을 만들고 이는 결국 불공정의 요인이 된다. 세금을 많이 내든, 적게 내든 조세정책에 있어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정성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보유세 부담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있다. 이는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비율로 현 제도하에서는 시장의 동향과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다. 다분히 정치적 고려가 반영될 여지가 있고 정쟁의 핵이 된다. 이 역시 중장기적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제도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증감을 인플레이션 지수 등 객관적 지표에 연동하거나 급격한 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을 완화하도록 연간 세율 증가에 상한을 둘 필요가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 심리가 경제주체의 선택에 주요 결정 요인이라는 점이 이론을 넘어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보유세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정권이든 부동산 정책은 표심이나 지지율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되다. 정파를 넘어 이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중장기적 보유세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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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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