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 이제 웃어넘길 수 없는 '절망의 시대'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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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최근 10년간 청년층의 분위기라는 것도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10여년 전 대학을 다녔고, 그때만 하더라도 ‘88만원 세대’라 불린 세대였다.‘3포 세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에서였다. 그러나 그런 세상의 규정과는 다소 다르게, 청년들에게는 일종의 패기와 유머랄 게 있었다.


이를테면 ‘알바 연대’라든지 ‘대안 공동체’ 같은 것을 만들어 세상과 맞서 싸우고자 했다. 아니면 미래 같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 그냥 욜로(YOLO)로 살겠다면서 여행과 소비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에 더해 ‘노오오력’ 같은 건 의미 없으니 그저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나 누리며 살겠다는 경향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현상에는 일종의 유머가 있었다. 절망은 약간 미래의 일이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런 절망을 비껴갈 방안들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현상이 급격히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욜로는커녕 ‘욜로 좇다 골로 간다’는 말이 더 공감을 얻는다. 하루하루의 소비와 즐거움에 취해 있다가는, 더 절망적인 현실을 맞닥뜨리게 될 거라는 경계심이 퍼지는 것이다. ‘노력’이라는 단어를 ‘노오오력’나 ‘노력충’ 같은 단어로 비하하던 흐름은 사라지고, 이제는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자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아직 완전히 도래하지 않았던 미래의 절망은, 이제 확고하게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 10여년간 결혼율과 출생률은 급격히 줄어서, ‘3포(연애·결혼·출산의 포기)’의 명칭은 실제로 증명되고 확정되었다. 청년들은 유머로 미래를 대하는 게 아니라, 이제 현재의 문제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 급격히 상승한 집값으로 내 집 마련의 희망은 물 건너갔고, 인플레이션으로 당장 하루의 ‘소확행’도 힘들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재테크와 자기계발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한다. 한때는 청년들에게 ‘자기계발’ 자체가 광범위하게 부정되던 때도 있었다. ‘노력하라’라는 이야기를 거부하는 흐름이 그런 경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경제와 자기계발 관련 유튜브와 도서들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너도 나도 ‘미라클 모닝’에서 시작하여 ‘번아웃 나이트’까지 재테크, 부업, 창업에 뛰어들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다. ‘욜로’니 ‘소확행’이니 하는 건 어느덧 사라진 흐름이 되었다.


올해 우리나라 2분기 출생률은 0.7명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대학을 입학했을 때였던 2006년 당시에만 하더라도 출생률이 1.1명대였는데, 그때도 ‘세계 최저’의 출생률이라는 이야기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우리가 익히 ‘고령화’ 사회로 알고 있는 일본이 현재 1.3명대를 기록 중이어서 일종의 ‘비상사태’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비상과 위기를 넘어 절망이 확고히 도래한 사회일지도 모른다.


온 사회가 나서서 청년층의 절망과 희망을 주의 깊게 들어야만 할 시점이다. 결국 지금의 청년들이 우리 사회를 짊어져야 할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는 인구 구조가 붕괴해 노년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청년들은 씨가 말라서 사회 전체의 동력이 상실돼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그런 시대가 완전히 도래하기 전에, 청년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자조가 유머였던 시대도 끝나간다. 남은 건 점점 더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현실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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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문화평론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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