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도요샛' 전략물자 판정…우주산업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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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의 우주 날씨 관측 소형 위성 ‘도요샛’을 전략물자로 분류해 러시아로 반출을 금지하며 우주항공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9일 천문연에 따르면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은 도요샛을 전략물자로 판정한다고 천문연에 통보했다. 천문연은 당초 지난해 말 도요샛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러시아의 소유즈 발사체를 이용해 궤도에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해 6월로 연기됐고,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마저 취소된 상태였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러시아에 더 이상 우리나라 위성 발사를 맡기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국제 제재 동참 차원에서 4대 전략물자 및 항공우주 등 40여개 주요 비전략물자들을 러시아에 수출하거나 반출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실제 산업부 해당 부서는 천문연이 전략물자관리원의 ‘전략물자’ 분류 통보 후 러시아 반출 가능 여부를 문의하자 2월 제재에 따라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샛은 10kg 안팎의 초소형 위성 4기로 미국산 첨단 부품ㆍ장비가 쓰이지 않아 국제 제재 대상인지 여부가 모호했었다. 천문연은 정부에 판정을 의뢰하는 한편 내년 3월 러시아 측과 협의해 모스크바 800km 인근 플레세츠크 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정부가 전략 물자로 분류하면서 사실상 러시아 반출 및 위탁 발사가 불가능해졌다.

도요샛의 전략물자 판정 여부는 상징성이 크다. 러시아와 발사 계약돼 있던 차세대 중형위성 2호(차중형 2호), 다목적 실용위성 6호(아리랑 6호) 등 다른 위성들이 미국산 부품 사용으로 국제 제재 대상이 확실시됐던 상황에서 대러 우주 개발 협력을 지속하느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알 수 있는 지표였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전략물자로 분류하지 않았다면 내년 3월 러시아 발사체로 발사돼 양국간 우주 개발 협력의 끈을 이어갈 수도 있었다. 한ㆍ러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 우주인 양성 프로그램(2008년) 운영, 나로호 공동 개발(2013년 완료), 아리랑 5호(2013년) 등 상당수의 위성 발사 위탁 등 밀접한 교류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다른 발사체를 섭외하려 해도 최소 1년 반 이상이 소요돼 장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 천문연은 도요샛 발사 계약비 78만달러를 사실상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차중형 2호의 발사 지연은 민간 위성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 차중형 2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그동안 쌓아 온 위성 설계ㆍ제작 기술을 민간에게 전수해 표준화된 모듈을 만들어 조립하는 방식으로 개발돼 공공 위성 기술의 민간 이전 성공 여부를 실증한다는 의미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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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 및 기상 관측, 재난 관리 등 공공 목적으로 쓰이는 아리랑 6호의 발사 지연도 골칫덩이다. 아리랑 6호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2018년 궤도에 투입돼 아리랑 5호를 대체했어야 한다. 2013년 발사된 아리랑 5호의 목표 임무 수명(5년)이 당시 완료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리랑 5호의 임무 기간을 연장하면서 사용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노후화로 고장나면 당분간 대안이 없는 상태다. 아리랑 6호 발사는 고성능 망원렌즈 등 핵심 부품의 납품이 늦어진데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에 전쟁까지 겹치면서 한정없이 지연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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