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우리는 일본인들을 가리켜 종종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마음인 다테마에와 속마음인 혼네가 별개로 있어서 겉과 속이 다르다고 평가한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화끈하며 직설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겉으로는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일단 한번 속마음을 털어놓고 소주 한잔을 같이하면 금방 털어버릴 수 있다고 자부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작 우리가 일본화돼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누구나 아는 한계, 문제점, 모순이 존재하지만 그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면서 주변만 빙빙 돌면서 애매한 언급만 반복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막연한 주장과 논리, 케케묵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현실의 변화에 대해 애써 눈을 감으려 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연금개혁이라는 주제는 매번 등장하지만 핵심적인 사항은 테이블 위에 올라오지 않는다. 현재의 연금제도는 지속불가능한 제도라는 점이다. 후속세대가 이전세대를 부양하는 형태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이 구조 자체가 빠르게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제도의 존속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되며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연금 해체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업생산성 향상에 대해서는 모두 중요하다고 인식하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산업화를 위한 자본의 진출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선진국의 농업은 기계화를 넘어선 자동화와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등장하는 무인화로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족이 자급자족하는 형태의 소농체제가 가장 이상적인 체제인 것으로 생각하면서 변화를 위한 시스템의 변혁을 거부하고 있다. 쌀 가격을 떠받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되며 농가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농업을 제대로 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해야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원하지 않고 있다.
공교육 강화를 위한 학업성취도 향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시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하에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결과를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는 점점 미뤄지고 있다. 시험이 없어진 초등학교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제대로 된 시험을 보고 충격을 받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사교육과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뒤처지고 있지만 시험과 평가는 나쁜 것이라는 고정관념하에 방치되고 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음이 명확해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 감소 시대에 대한 적응이지만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력 부족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되고 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정부, 기업 모두 사람은 많으니 골라서 쓰면 된다는 기존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막연한 구호와 당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정말 필요한 것인 지에 대해 속마음을 드러내고 논의를 해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과거에 타당했던 논리와 정책이 지금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일관성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오답이 될 수 있다.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변절이 아닌 당연한 변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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