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잡은 당당치킨 성공처럼
尹정부 명운, 민심 향배에 달려

[아시아경제 남승률 기자] 급기야 외신도 주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올해 한국에서 다른 식품보다 치킨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치킨플레이션(Chicken-inflation)’ 속에서 대형마트표 ‘초저가 치킨’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도 지적했듯 아무리 뜨거운 초저가 치킨 열풍도 고물가를 누그러뜨리긴 역부족이다. 전국의 월간 치킨 판매액은 6100억원가량 되지만, 대형마트 3사의 초저가 치킨 매출은 수십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이 가격을 낮추거나, 적어도 더 올리긴 어렵다는 강한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남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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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치킨 사랑’이 특별하지만 외신까지 나서 관련 내용을 다룬 건 이례적이다. 대형마트의 ‘로 볼 테크닉(Low ball technic·처음에 공을 낮게 던져 몸을 숙이게 만든다는 의미로, 고객에게 싼 제품을 먼저 보여주고 비싼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기법)’ 전략의 승리로만 보긴 어렵다. 그랬다면 ‘당당치킨’으로 대표되는 대형마트표 초저가 치킨도 10년 전 ‘골목상권 침해’ 논리에 밀려 퇴장한 ‘통큰치킨’의 전철을 밟고 있을 터다.


치킨 프랜차이즈와 자영업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이유가 따로 있다. 이번 치킨 가격 전쟁의 본질은 고물가에 시달리는 민심이 움직여 소비자의 선택권이 부각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심의 지지가 두텁다. 통큰치킨 때보다 정치 논리가 개입할 여지가 적을 수밖에 없다.

취임 10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국정수행 지지율이 역대급 급락을 기록해 가슴을 쓸어내린 윤석열 정부도 이번 치킨 가격 전쟁의 본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민심의 향배에 정권의 명운도 걸려 있다. 민심이 투영된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를 애써 외면하던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단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밝혔다.


검찰 공화국 인사, 공정 가치의 훼손, 김건희 여사 논란 등 겉으로 드러난 윤 정부 지지율 급락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결국 본질은 내 편 감싸기나 내로남불의 후폭풍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에게 대놓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화려한 수사나 다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걸 뒷받침할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군대나 기업에서처럼 ‘레드팀(Red Team)’을 꾸릴 필요가 있다. 기업 내부나 아군의 약점을 공격해 개선 방안을 찾는 가상의 적이다. 로마 가톨릭의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제도의 취지도 레드팀과 같은 맥락이다. ‘신앙의 촉진자(Promoter of the Faith)’로 불리는 이들의 임무는 성인으로 추대될 후보자의 덕행과 그들이 기적을 행했다는 평가에 악마의 관점에서 흠을 들춰내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윤 정부에서 아직 채우지 못한 장관 자리가 남았다. 감동적인 인사까진 바라지 않는다. 조금은 달라진, 그래서 민심이 등을 돌리진 않을 만한 인사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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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률 이슈탐사부장


남승률 기자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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