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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못잡는 美인플레 감축법?…전기차·기후대응이 골자

최종수정 2022.08.17 10:41 기사입력 2022.08.17 10:41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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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향후 10년간 7900억달러의 재정을 확보해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16일(현지시간) 서명했다.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안보·약값 인하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더 나은 재건 법안(BBB)’의 축소판인 이 법안이 향후 연방적자를 줄이고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름도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으로 붙였다.

◆주요 내용 살펴보니…기후변화·의료보장 중심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 참석해 "이 법은 내일에 대한 것이며, 미국 가정에 진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여전히 미국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과 미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IRA가 미국인 수백만명의 의료비를 낮추고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사적 입법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IRA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추진해온 BBB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4400억달러 규모의 정책 집행과 3000억달러의 재정적자 감축 등 총 7400억달러 규모의 지출 계획이 담겼다. 특히 기후변화와 의료보장에 대한 획기적 투자 예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풍력·태양광 발전 생산을 확대하고 전기차 구매 시 세액을 공제하는 등 기후 대응 정책에 약 3750억달러를 투입한다. 여기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처방약 인하를 위한 전국민건강보험과 관련한 예산도 책정했다. 노인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제약 회사와 처방약 가격을 협상할 수 있게 해 10년간 2880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대기업에 최저 법인세를 부과하고 국세청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법안에 담겼다. 연간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15%의 최저실효세율을 적용해 10년간 2580억 달러의 법인세를 더 걷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헤지펀드 성과보수 과세안 등이 포함됐으나 협상 과정에서 삭제됐다. 대신 1% 자사주 매입 소비세 부과 조항이 신설됐다.


◆법안 이름은 왜 인플레이션 감축?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이른바 바이드노믹스의 골자로 손꼽혀온 기후변화 대응, 의료 보장,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공급망 강화 부분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법안이 기존 출발점인 BBB를 연상시키는 이름 또는 기후변화 및 공급망에 초점 맞춰지지 않은 이유는 최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올 들어 9%대까지 돌파한 인플레이션이 현 상황에서 최대 골칫거리일 수 밖에 없다. 올 들어 휘발유값부터 식품까지 생활물가가 뛰어 오르자 곳곳에서 '바이든 탓'이라는 풍자가 쏟아지며 고스란히 지지기반 약화로 이어졌다. 지난달 말 퀴니피악대학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31%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특히 부문별로 경제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불과 28%였다. 미국인 10명 중 7명 이상이 바이든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를 반대했고, 여당인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절반 이상이 재선 도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근 들어 미국 내 휘발유 평균가격 등이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안정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플레이션 책임을 묻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3월부터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을 찍었는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으로선 IRA를 통한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인플레이션 감축' 차원에서 이번 법안이 대기업 등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저소득층 지원에 자금을 투입하는 점, 약값 인하를 비롯한 의료 비용을 절감하는 점, 정부 지출을 줄임으로써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을 낮추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연방적자를 3000억달러 이상 줄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진짜 인플레 감축 효과 있나?…"0과 다름없는 수준"

다만 치솟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지에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와튼 스쿨의 예산모형 분석결과, 이번 법안의 PCE 물가 영향은 2024년까지 0.05%포인트 상승 후, 2020년대 후반까지 0.25%포인트 하락 효과를 나타냈다. 통계적으로 0과 다름없는 수준인 셈이다. 무디스 역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미치는 영향을 연간 0.033%포인트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JP모건은 처방약 가격 개혁부문 역시 단기적인 CPI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봤다. 결국 물가 안정은 Fed의 통화정책으로 좌우되는 경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공화당 역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오히려 법인세 부과로 기업 투자가 축소돼 성장 둔화,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라는 이름과 달리 대규모 재정 정책으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경기침체기에 수백억 달러 세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민주당이 중산층 경제에 관심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썼다"고 주장했다.


다만 연방적자가 줄어들면서 재정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는 기대된다. 이번 법안 시행에 따른 재정적자 축소분은 적자 규모 대비 적으나, 의회의 11년래 첫 적자 축소 노력에 의의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정치적 승리" 중간선거 모멘텀 될까

중간선거를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IRA가 의회를 통과하고 대통령 서명까지 마무리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는 평가도 쏟아진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반전을 노릴 만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여름휴가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굳이 이날 서명식을 위해 백악관을 찾은 것도 그만큼 이 법안을 중요하게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 직후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으로 향했다.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에는 내각 장관들과 함께 '더 나은 미국 만들기 투어'(Building the Better America Tour)에 나선다. 향후 몇 주간 23개 주(州)를 돌며 이 법안을 비롯한 최근의 정책 성과 홍보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악화하는 경제상황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사실상 정책 홍보를 통해 지지기반을 다지고 표심을 모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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