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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칩4 동맹에 앞선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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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제2의 사드사태 우려
강력한 무기 반도체 발판으로
美中 사이에서 균형점 찾아야

[시시비비]칩4 동맹에 앞선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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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산업부장]또 다시 ‘선택의 시간’이 왔다. 이번에도 G2 샌드위치다. 미국이 추진 중인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 참여 여부를 결정할 데드라인이 임박했다. 칩4는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동맹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4개국을 묶어 미국이 공급망을 틀어쥐겠다는 전략이다. 경제 안보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 반중(反中)전선을 확대해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녹아 있다. 쉽게 말해 편먹고 중국을 왕따시키자는 얘기다.


‘반도체 굴기’를 천명한 중국이 가만있을 리 없다. 칩4 동맹 가입은 중국 시장을 배제하는 ‘상업적 자살 행위’라며 경제보복을 노골화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난감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홀대 논란에도 불구, 지난주 대만을 거쳐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의 면담을 휴가 핑계로 회피한 것도 중국 눈치보기였다는 해석이 일리 있어 보인다.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2016년 한반도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의 후유증은 혹독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안보동맹 미국과 경제동맹 중국(안미경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웠다. 중국은 곧바로 경제보복에 돌입했다. 수법도 주도면밀했다.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롯데그룹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후폭풍으로 중국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다. 칩4 동맹 참여가 ‘제2의 사드’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의 배경이다.


물론 사드 때와 지금의 사정은 현저히 다르다. 반도체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의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품을 배제하면 중국의 IT산업도 멈춰서게 된다.


사드 때처럼 ‘안미경중’을 고집할 수도 없다. 미국은 군사안보적으로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한미일 3각 협력을, 통상 분야에서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기술 분야에선 칩4 반도체 동맹까지 구축했다.

특히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미국의 편에 설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항해시대 이후 전 세계는 서로 교역을 통해 부족하고 넘치는 부분들의 균형을 맞춰왔다. 산업혁명에서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현대의 질서가 확립되는 과정에서도 이 룰은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 미국이 하려는 것은 이런 국제 질서를 인위적으로 재단하려는 과격한 발상이다.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서진(西進)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럽 서방세계의 군사동맹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다. 이에 맞서 친소 진영이 결성한 것이 바르샤바조약기구(WTO)다. 이들은 모두 군사 동맹체의 성격을 지녔다. 미국이 주도하는 칩4는 기술연맹체이면서 마치 NATO나 WTO처럼 정치·안보 동맹의 성격을 띄고 있다. 그래서 거절하기 어렵고 무서운 제안인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 보유국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기술 동맹 연합체에서 이탈하면 반도체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2차전지 등 주요 원자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도 중국에 있다.


한국은 현대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G2에 샌드위치 신세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낼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도 저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균형외교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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