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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고 있다" 손정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초상화 내건 이유

최종수정 2022.08.09 10:42 기사입력 2022.08.09 10:42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이 8일 실적 발표 중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초상화를 화면에 띄우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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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8일 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본사. 실적 발표에 앞서 1600년대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에도 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초상화가 화면에 등장했다. 그가 과거 전투에서 패배한 이후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기억하고 반성하기 위해 남겨뒀던 ‘우거지상’이라 불리는 그림이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소프트뱅크 창사 이래 이렇게 큰 적자를 2회 연속으로 내고 6개월에 5조엔(약 48조4000억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한 것을 교훈으로 기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날 손 회장은 "부끄럽다" "반성하고 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022년 회계연도 1분기(4~6월)에 순손실이 3조1627조엔(약 30조5690억원)을 기록해 1981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 분기에도 적자를 내 소프트뱅크는 17년 만에 두 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냈다. 전 세계에서 IT 기업 주식이 크게 하락하면서 핵심 사업인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이 컸던 것이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줬다. 비전펀드의 지난 4~6월 투자손실은 2조9000억엔에 달했다.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 스타일을 보여왔던 손 회장은 보유 주식 정리에 돌입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현 상황에서 비전펀드의 새로운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비용을 줄이고 기존에 투자했던 업체들을 육성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를 두고 ‘지키기 경영’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 4월과 7월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지분을 주당 평균 41.47달러(약 5만4000원)에 전량 매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가 지난 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인용해 이 회사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소파이 지분 540만주도 평균 7.99달러에 매각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소프트뱅크 계열 투자펀드인 미 사모펀드(PEF)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 매각 가능성도 열어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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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 6월 선불선도계약으로 보유 중이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지분을 처분했고, 온라인 부동산 회사 오픈도어와 헬스케어회사 가던트, 중국 부동산 업체 베이크 등의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CNBC는 "투자 손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현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전펀드의 투자는 앞으로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투자처의 성장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미래의 알리바바, ARM에 해당하는 회사가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라면서 비전펀드가 현재 473개 사에 투자하고 있어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아도 여기에 황금알이 많이 있다고 믿고 제대로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소프트뱅크의 인력 감축 등 내부 비용 삭감이 불가피하다면서 "성역 없는 비용 절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를 ‘300년 왕국’으로 만들겠다며 야망을 드러냈던 손 회장의 투자 스타일도 향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8일 발표회에서 손 회장은 "적자를 낸 만큼 새로운 투자를 할 때는 철저히 엄선해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되돌릴 수 없는 통증을 짊어지진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큰 이익이 날 때 기뻐했다"라면서 지금 되돌아보면 과거 자신들의 평가가 거품 상태였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증시 호황을 틈타 미래 유망한 기술기업들에 투자를 쏟아왔는데 고점을 찍었던 기술기업일수록 최근 주가 하락 폭이 커 소프트뱅크 실적에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 비전펀드 중에서도 미 상장 기업에 주로 투자했던 비전펀드2호(SVF2)의 투자손실이 지난 6월 말 기준 1조3000억엔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회장은 "투자 건수가 많았고 잘 골라서 제대로 된 투자를 했다면 이만한 타격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모두 지휘관으로서 나의 책임"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앞으로 겨울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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