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중독은 치명적
타살 가능성도 항상 유의해야

[법의학 생활] 그들은 온라인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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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은 뜻하지 않게 대량의 피해로도 이어진다. 커다란 텐트 안에서 캠핑을 즐기던 부모와 자녀가 추위를 이기고자 피워 놓은 스토브의 불완전 연소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경우도 있었다.


일산화탄소는 코와 입으로 흡입되는 순간 폐에서 산소보다 200~300배 우월하게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 공급이 부족하게 만드는데 혈액 중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 농도가 10% 정도까지는 증상이 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10%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두통이 시작되며 20~30%를 초과하면 현기증과 함께 의식 소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40%를 넘게 되면 사망할 수 있다.

그들은 자살 사이트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고 동반자살을 하기로 결심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 좋겠다고 둘은 합의했다. 렌터카를 빌렸고 착화탄(번개탄)을 구매하였다.


그들은 차를 몰아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갔다.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착화탄에 불을 붙이고 나란히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렸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깬 것은 둘 중 나이가 어린 쪽이었다. 그는 두통과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차문을 열어 상쾌한 공기를 흠뻑 마셔댔다. 힐끗 뒷좌석을 쳐다보니 함께 죽자고 약속했던 28세의 남자는 이미 죽은 듯했다. 코에 손을 가져다 대보니 숨을 쉬지 않았다.

그는 덜컥 겁이 났다. 뒷좌석에 시체가 있는 상태에서 그는 차를 몰고 강원도를 떠나 충청남도까지 운전해 으슥하고 경사진 풀숲에 차를 숨겼다. 그리고 그는 달아났다. 약 25일이 흐른 어느날 차가 움직이지 않고 계속 한 곳에 있는 것이 이상했던 마을 주민이 차량 내부에서 부패한 시신을 보고 신고했다. 경찰은 차량 뒷좌석에서 사망한 사람과 차 바닥의 착화탄이 타다 만 흔적을 확인하고 자살로 최초 판단했다. 차량도 사망자가 빌린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당시 두 명이 탔다는 렌터카 직원의 증언과 CCTV를 확인하고 차량 지문 조회로 동승자를 찾아냈다.


부검은 이미 진행된 상태였다. 차량에 장기간 방치된 시신은 이미 많이 부패되어 부패 혈성액으로 피부는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심장 내부에 혈액은 보이지 않았고 시반도 그리고 근육의 색깔도 모두 부패로 인해 변색되어 카복시헤모글로빈 특유의 핑크색의 시반이나 근육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심장 혈액이 약물과 일산화탄소를 측정할 정도로 남아 있었다. 혈액의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CO-Hb) 농도는 64%로 치사량이었다. 또한 혈액에서 수면제인 졸피뎀이 검출되었다. 사망 전 복용하여 잠든 상태에서 사망한 것이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같이 자살하기로 한 그는 왜 수면제를 먹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같이 죽기로 하였다면 한 사람만 수면제를 먹을 리가 없는데 28세 남성은 사망하고 그는 살아 남았다는 점이 의문점으로 남았다. 경찰은 그가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점에서 시신 유기와 자살 방조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로 공기에 비해 가벼운 가스임에도 공기 중 0.1% 정도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맹독이다. 공기 중에 1%라도 일산화탄소가 있을 때에는 1분 이내에 죽을 정도인데 좁은 공간에 불완전 연소 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될 것이다. 또한 앞서 예와 같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판단될 경우 다른 요인이 작용하거나 타살일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후 검사 즉 부검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법의학자를 포함한 수사기관 종사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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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법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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