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확산에 '과학방역' 체감 못하는데
자율 핑계로 개인에 책임 떠넘겨선 안돼
"통제 중심의 국가 주도의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우리가 지향할 목표도 아니다."(19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재유행 대응 방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부활시키는 대신, 백신 추가접종과 치료제 도입 등 의료체계를 정비해 유행에 대비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스스로 거리두기를 하는 등 '국민 참여형 방역'을 적극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엿새 뒤인 19일 추가로 내놓은 대책에선 하루 확진자가 30만명까지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방역·의료대응 역량을 보완했다. 역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보다는 자발적인 거리두기로 일상 회복을 지속하면서 유행을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 사이 나온 질병관리청장의 발언도 분명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국민 자율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였을 테다. 방역당국은 "근로자가 증상이 있는데도 출근하면 결과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보다 다수의 근로자들이 일을 쉴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타난다. '아프면 쉴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도와 달라."(20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부가 자발적 거리두기 참여를 당부하고, 기업에는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청하는데도 이상하게 국민들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세간에선 "자율과 책임을 핑계로 정부가 방역 의무를 개인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민이 불안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유행이 예상보다 더 빨리, 더 크게 확산하며 소위 '과학방역'의 실체와 효과를 체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일주일 단위로 정확히 2배씩 늘어나 2만명대에서 4만명대, 다시 8만명대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앞서 오미크론 대유행 때와 달리 정부는 확진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인 상태다. 외래진료비는 환자 부담으로 바뀌었고, 소득에 관계 없이 지급하던 생활지원금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지원하며, 격리 시 유급휴가비 지원 대상도 30명 미만 사업장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 축소가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에겐 검사를 기피하거나 확진 사실을 숨기는 경우로까지 이어지다 보니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국민을 방치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재유행에 대비해 백신과 치료제 등이 준비돼 있고, 진단검사나 병상 등 대응역량이 아직 충분하다"고 자신한다. 국민 입장에선 정부가 마스크 쓰기와 같은 뻔한 개인방역 수칙을 강조하고,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대책들만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뒤늦게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의식한 듯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책무"라며 "방역 목표는 여전히 위중증과 치명률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이를 위해 충분한 치료제 및 병상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다시 국경을 걸어잠그고, 모임 인원과 시간을 제한하는 식의 일괄적인 방역조치로 돌아가기는 분명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 것도 제한하지 않을 테니, 각자 알아서들 하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제아무리 국민의 자율과 책임을 중시한다 해도, 결국 감염병 대응에서 국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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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부 차장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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