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경제학자가 쓴 신뢰에 관한 책이다. 경제학과 신뢰는 꽤나 밀접하다. 화폐와 금융, 공유 경제 및 블록체인까지 현대경제의 많은 부분이 신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류 문명의 역사를 신뢰의 확대라는 면에서 재조명한다. 그러면서 불확실성 속에서 장단점을 고려하고 비용과 편익을 감안해서, 사람들이 내리는 ‘선택’에 집중한다.

[책 한 모금] 당신의 경제적인 ‘선택’은 이런 이유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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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신뢰에 관한 이 책을 받기까지 각 단계별로 어떤 신뢰가 작동했는지 돌이켜보자. 당신이 돈을 낼 때는 책방 주인이 돈만 챙겨 도망가지 않고 책을 내줄 거라는 신뢰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구매했다면, 은행에서 당신의 잔고를 정확히 알고 있거나 비자 또는 마스터카드사에서 당신의 신용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서 책방 주인의 계좌로 합당한 금액을 송금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당신의 계좌정보를 도용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어야 했다. 이런 것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겠지만,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에서 당신이 지불하는 데 사용한 돈의 가치를 하락시키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깔려 있었다.

_ 212-213쪽(chapter 4. 신뢰의 경제학)

경제학자는 신뢰게임 실험에 나타나는 행위와 비슷한 모든 행위를 신뢰라고 폭넓게 규정한다. 넓은 의미에서 당사자끼리 협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하는 모든 게임을 신뢰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신뢰가 필요한 상황에는 항상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신뢰자는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놓음으로써 협조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반면에 피신뢰자는 신뢰자에게 협조할 수도 신뢰자를 배신할 수도 있다. 협조하면 둘 다 이익을 보지만, 배신하면 신뢰자는 손해를 보고 피신뢰자만 이익을 본다. 신뢰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먼저 거래를 시작하지 않는다. 신뢰가 없으면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빠트리지 않는다.

_ 234쪽(chapter 4. 신뢰의 경제학)


주식시장을 거대한 카지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사회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부자만의 놀이라고 본다.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일은 어느 정도 카지노에서 발생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거래는 제로섬이며 버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금융 부문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0퍼센트를 점유하는 산업이다. 이 말은 경제가 매해 창출하는 모든 가치의 5분의 1이 금융 부문에서 나온다는 말이다(금융, 보험, 부동산을 모두 포함한다). 물론 금융업에는 비효율과 부패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독점인 경우는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20퍼센트라는 숫자의 상당 부분은 사회의 번영에 실제로 기여하는 비율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주식과 채권 거래가 처음 시작됐던 그 시절을 돌아보면 왜 금융이 그토록 중요하고 국가 경제의 5분의 1을 차지하게 되는지 이해할 것이다.

_ 277-278쪽(chapter 5. 현대경제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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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 벤저민 호 지음 |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384쪽 | 1만8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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