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가상화폐 손실금 변제금서 제외…회생법원은 왜 무리수 뒀나
빚투 조장·서울만 적용 등
논란 끊이지 않고 확산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서울회생법원의 ‘주식·코인 변제금 제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주식·가상화폐 사용자 다수가 이용하는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달부터 ‘채무자가 주식·가상화폐에 투자해 발생한 손실금은 ’채무자가 파산하는 때 배당 받을 총액(변제액)‘을 산정할 때 고려하지 않는다’는 실무준칙 제408호를 만들어 시행했다. 주식·가상화폐로 인한 손실금에 대해선 당시 시세와 가치까지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는 등 엄격하게 판단, 이를 산정해 변제액에 포함시켰던 종래 방침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회생법원은 특히 가상화폐 투자실패로 허덕이는 20·30대 청년층을 구제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채무자들의 경제적 파탄, 도산신청이 폭증할 것을 고려해 이 준칙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비판은 도덕적 해이로 인한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다른 자산에 투자했다가 빚이 생겨 성실히 갚아 나가는 사람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안길 수 있고 개인의 빚을 세금으로 충당하게 돼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생전문 변호사는 "이번 준칙으로 최종 변제액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들 입장에선 돈을 떼일 것을 염려해 쉽사리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서 20·30대 채무자를 구제하기는 커녕, 도리어 돈줄이 막힐 것이란 아우성도 있다"고 전했다.
반론도 있다 개인 채무자의 회생을 더욱 원활히 하고 주식·가상화폐 역시 부동산 등과 함께 동일하게 청산가치를 적용한 것은 형평에 맞다는 의견이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변호사)는 "이번 준칙은 본질적으로 개인회생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선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며 "준칙 때문에 빚투가 조장된다는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투자라는 것은 한편으로 투기일 수 있다. 그건 부동산도, 주식,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어 "준칙보다는 대출을 받는 초입 단계에서 문제를 잡아낼 수 있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대출기관이 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해 개인회생 절차까지 밟게 됐다면 대출기관에도 책임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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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변호사는 "오히려 이번 준칙이 서울에만 한해 적용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서울시만 관할구역으로 한다. 채권자 수가 많고 액수가 큰 사건 등은 서울회생법원에 특별 관할이 있지만 다른 지역의 사건은 대체로 지방법원별 파산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준칙도 다른 지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벌써부터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서울 사람들은 주식·가상화폐로 큰 돈을 잃어도 법원에서 갚을 돈에서 빼주는데 지방 사람들은 그럴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방법원들도 난감해 하고 있다. 부산지법은 지난 1일부터 법원 내 개인회생과를 새로 만들어서 운영을 시작하자마자 서울회생법원이 내놓은 준칙으로,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지역의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준칙 개정에 대한 논의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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