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로존·한국 1년 내 경기침체 가능"…경고등 켜졌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김현정 기자]"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그리고 한국."
투자은행 노무라가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한 국가들이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로 이른바 R(Recession)의 공포는 점점 확산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가 성장 둔화에 진입하고 있는 신호들도 하나, 둘 확인된다. 5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나타난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현상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한층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한국도 경기침체 경고
노무라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악화한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연일 우려 섞인 보고서들을 공개하고 있다. 노무라의 글로벌시장 조사 책임자인 롭 서브바라만은 이날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 "우리는 몇 달 동안 경기침체 리스크에 대해 지적해 왔고 이를 악물어 왔다"면서 "이제 많은 선진국이 실제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라가 공개한 리서치노트에 따르면 미국 외에도 유로존, 영국,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 등이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한국의 경우 금리 인상이 부동산시장 붕괴,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을 촉발할 경우 예상보다 더 깊은 경기침체에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서브바라만은 "많은 국가들의 경제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을 위해 수출에 의존해선 안된다"며 "이는 우리가 경기위축 리스크가 매우 현실적이고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꼬집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역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영국과 글로벌 경제 전망이 현저히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이날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침체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앞으로 더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치솟는 인플레이션, 약한 성장,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적인 자금조달 여건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상환하거나 재융자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추가 충격에도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크레디트스위스(CS)는 아직 경제가 침체 요건을 충족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미국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S&P500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4300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4900보다 12.4% 낮춘 수준이다. 시티그룹은 올해 하반기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대로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美 2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경기 침체의 신호로 평가되는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은 이날 시장의 우려를 더욱 확산시켰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2년물 금리 아래로 떨어졌다.
BMO의 미 금리 전략부문 대표인 이언 린젠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3%를 밑도는 상황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심리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뭔가가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것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앞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GDP나우는 지난 1일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2.1%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뜻하는 ‘기술적 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국채 금리 하락은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 상승을 가리킨다. 위험자산인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8%이상 급락해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 뚝… 슈퍼 사이클 끝나나
원유뿐 아니라 금속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 곡물의 선물 가격이 이날 대부분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미국 달러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달러 기반으로 거래하는 원자재 가격 시장에 더욱 역풍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이날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는 고객 노트에서 "NDR 원자재 모델이 약세장 진영에 합류했다"면서 "지금 지표는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라고 밝혔다.
NDR의 모델에 따르면 19개 원자재 가운데 7개만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았고, 3개는 50일 이동평균선을 상회했다. 구리와 원유는 이미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구리 가격은 전고점 대비 31%, WTI는 24% 밀렸다. 발틱운임지수(BDI)는 전고점보다 50% 이상 뒷걸음쳤다. 이는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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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R는 "수요가 인플레이션에 브레이크를 밟아줄 정도로 충분히 둔화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 모멘텀을 회복하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며 주식시장의 장기 약세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어 "원자재의 대세 강세장 또는 슈퍼사이클의 증거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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