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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90% 빚 탕감…도덕적 해이 앞장서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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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전까지 한국의 대기업은 망할 거라는 위기를 느끼지 않았다. 빚을 잔뜩 내고 실패해도 정부가 은행을 동원해 살려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정태수 한보그룹 사장이 더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은행장에게 "어디 한번 해보라"고 소리친 일화는 당시의 도덕적 해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금융위원회가 전일 소상공인의 코로나19 대출 상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상환능력이 낮으면 거치기간을 1~3년 부여하고, 높은 금리는 이자 부담을 고려해 중신용자 수준으로 낮춰준다. 부실차주는 신용채무의 원금 60~90%를 탕감해주는 방안도 담겼다.

금융위는 경제불황 속 극심한 고통을 견디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빚을 갚았던 성실한 채무자를 바보로 만들었다. 여유자금이 있어도 돈을 갚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한 자는 수혜를 입게 됐다. 그간 정치권의 금융지원 요구가 거세긴 했지만 이번 대책은 선량한 대다수 국민보다 부도덕한 몇몇이 이득을 보게 했다는 점에서 나쁜 정책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모르는 게 아니다. 국가 경제 위기로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상환능력을 향상시키는 대안이 먼저다. 금리 인하나 원금탕감은 그 이후 대책이다. 부실차주라고 원금 대부분을 털어주는 지원은 부적절하다.


결국 누군가는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경제학’을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표현했다. 탕감도 기금마련을 통해서 이뤄진다. 기존 예산을 빼 오던 은행을 압박하건, 국가가 빚을 내건 돈이 든다. 대출을 받지 않은 국민도 직·간접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는 더 큰 문제다. 도덕적 해이는 반복적인 관행에서 시작한다. 위기 때마다 나라가 어떻게든 해결해줄 거란 믿음이 팽배해진 사회는 극도로 위험해진다. ‘내 행동은 내가 책임진다’는 시장질서의 기본원리가 훼손된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국민은 도덕적이라고 믿는다. 당장 빚을 왕창 내고 파산해야겠다는 차주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 한국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지고 위기에 봉착한다면, 밑바탕은 정치권에 떠밀린 금융위가 앞장서 깔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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