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름세 지속…전기·가스 요금도 올라
유통기한 임박, 이월·재고 상품 사는 '짠테크' 늘어
높은 외식물가·배달비에 배달앱 사용 줄이기도
물가 상승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전문가 "짠테크도 지속될 것"
[아시아경제 강우석 기자] #. 50대 가정주부 A씨는 요즘 치솟는 물가 상승에 '짠테크(짠돌이+재테크)'에 돌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철 지난' 상품을 사는 것. 식료품 같은 경우는 약간의 하자가 있는 상품을 구매한다. 최고품질의 상품은 아니지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는 "요즘은 생활 물가와 더불어 전기세도 오르는 마당이라 씀씀이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많다. 당분간은 이런 소비 습관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물가 상황은 비상 수준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5월 상승률은 5.4%로 세계 금융 위기 당시이던 2008년 8월(5.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도 8.4(소비자물가 상승률 5.4%, 실업률 3.0%)로 2001년 5월(9.0) 이후 가장 높았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된다. 27일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3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원 올린다고 밝혔다. 본래 kWh당 3원이 분기 최대 인상 한도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한전 적자 등의 이유로 제도를 개편하며 1년치 최대 인상 한도인 5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7월부터 MJ(메가줄)당 1.11원 인상된다.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울상이 짙어지는 가운데, 한편에선 고물가 국면을 '짠테크'로 극복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신상' 대신 유통기한 임박 상품, 재고 및 이월 상품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며 생활비를 아끼는 것이다. 배달비가 붙는 배달 서비스 이용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들도 있다. 일명 '짠테크족'이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CU는 '그린세이브'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그린세이브'는 식음료 상품을 중심으로 최대 70% 할인가에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내놓는다. 점포당 평균 2000~3000종의 상품이 할인 대상에 오른다.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스타트업 '미로 컴퍼니'와 손을 잡고 '라스트 오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평균 30%의 할인폭으로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판매한다.
이들 서비스는 물가 오름세 속에서 이용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티몬의 초가성비 상품 기획관인 '알뜰쇼핑'도 5월 매출이 전달 대비 279% 상승해 약 3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생활 물가가 상승하며 식품, 리빙 등 생활 물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상승했다. '알뜰쇼핑'은 판매 기한 임박 상품, 이월 및 재고 상품, 단순 변심 상품, 샘플·체험 상품 등 정상적인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롯데홈쇼핑도 홈페이지에 '리퍼관' 운영하며 가전/가구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 판매하며 '짠테크족'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기존 코로나19 확산 국면 가운데서 자주 이용하던 배달앱 사용을 줄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실제 아이지에이웍스의 자체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앱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5월 넷째주 사용자 수는 3월 첫째주 대비 각각 8.2%, 17.2%, 2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비와 더불어 외식 물가도 상승하고 있는 탓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7.4% 뛰어 지난 1998년 3월(7.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편 물가 오름세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그리고 국제 곡물가가 급등해 그 영향을 저희가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며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짠테크 바람' 역시 짧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물가 상황은) 개인 소비자들이 긴축 재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짠테크 소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특히 젊은 층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더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beedoll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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