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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에 음주 강요"…제왕적 이사장이 좌지우지[비리온상 새마을금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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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들 막강한 권력행사
내부통제 시스템 부족
간선제 선출 방식 대의원과 유착 반복
직선제 법안 통과됐지만 허점 존재

"임산부에 음주 강요"…제왕적 이사장이 좌지우지[비리온상 새마을금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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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의 직원 A씨는 이사장의 패악질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공익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이사장이 임산부에게도 야근과 음주를 강요하고, 직원들에게 이삿짐을 나르게 하고 자녀 결혼식 청첩장까지 전달하게 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B씨는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 상납이나 정치후원금 납부를 강요한 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년간 97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고, 금품을 상납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위해를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왕적 이사장이 경영

직원의 40억원 횡령, 가짜 다이아몬드를 통한 380억원 사기대출 등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비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민들의 자금이 모여 자산 규모 239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몸집이 커졌지만 구시대적인 비리와 악습들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22일 새마을금고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제왕적 이사장’과 내부통제 시스템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새마을금고는 이사장들이 대표이사처럼 독립적인 경영을 하는 방식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영업점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전국에 본점 1297개, 지점수 3218개를 운영하고 있다. 1300개에 가까운 각각의 본점을 이사장들이 운영하는 형태다. 지점은 본점의 분소 개념이다. 각 금고의 이사장들은 독보적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이사장들이 인사까지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실무직원들은 거의 이사장 뜻대로 따른다"며 "실무관리자인 전무급도 이사장의 마음에 안 들면 나가야 할 정도라 (이사장쪽 사람이라면)비리 등을 눈감아 주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사장과 중앙회장의 선출 방식이 악습을 반복하게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간 이사장 선출은 ‘간선제’ 방식이었다. 각 지역 금고의 회원들 중 대의원을 뽑아서 이 대의원들이 이사장을 뽑는 형태다. 이 때문에 이사장들은 대의원과 유착해 비리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현행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이사장의 임기는 4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임기 이후에도 상근이사 등으로 군림하는 형태가 다반사다.

금고 이사장은 지역 토착세력으로 자리잡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역의 한 기초의원은 "금융권 경력이 없는 이사장도 지인들을 동원해 10만원짜리 통장을 개설하게 하고, 대의원으로 세워서 당선되는 경우도 있다"며 "금고에 감사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사장의)러닝메이트 수준이라 견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이사장들을 감독하는 컨트롤타워이지만 내부통제를 엄격하게 하지 못하는 구조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도 일선 이사장들 중에서 대의원을 선출해 뽑는 형태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차훈 회장 역시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선물세트, 골프장 이용권 제공 등 금품을 돌린 혐의로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2심을 앞두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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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법안 통과됐지만 시행령 허점

국회도 새마을금고의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전국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회원들이 직접 선출하게 되고 중앙회 회장도 직선제를 통해 선출한다. 선거 관리 업무는 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여전히 허점이 존재해 이사장 비리, 내부통제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새마을금고 직원들의 시각이다. 지난 4월 시행된 새마을금고법 시행령에 따르면 총자산 2000억원 미만인 지역금고는 이사장을 직접 선출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 선출과 대의원회 선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지역 새마을금고의 약 70%가 자산 2000억원 미만이다.


이희동 전국새마을금고 노조위원장은 "이사장들은 인사권한도 쥐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며 "법안이 개정되긴 했지만 (대다수) 이사장들이 간선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의미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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