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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날 해방시켜줬다"['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인터뷰①]

최종수정 2022.06.24 15:28 기사입력 2022.06.24 13:49

독자를 '추앙'하는 작가, 끝끝내 인터뷰한 기자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2022년 상반기의 문화 현상으로 기록될 ‘추앙’ 신드롬은 작가 박해영의 작품 세계에 빠져든 대중의 화답이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주인공인 구씨(손석구 분)와 염미정(김지원 분)의 애틋한 관계는 사랑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마음이 저려오게 하는 그 매력의 배경. 작품에 잔잔히 녹아 있는 스토리와 여운을 더하는 대사가 빚어낸 앙상블 아닐까.


‘나의 해방일지’는 그렇게 인생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다. 박 작가는 인생 드라마의 대명사로 불리는 ‘나의 아저씨’에 이어서 또 하나의 홈런을 날린 셈이다. 대사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 ‘나의 아저씨’의 여운은 ‘나의 해방일지’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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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결말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온라인에는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는 글이 줄을 잇는다.

▲서사의 결말은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꽉 닫힌 결말’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도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확정되지 않은 부분들이 적지 않다. 결말은 ‘그들은 이렇게 됐다’가 아니라 극의 시작부터 이어져 온 생각과 행위들이 모이는 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끝일 수도,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

-창작자의 과도한 해석은 시청자 해석을 제한할 위험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구씨의 이후 행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구씨는 염미정을 통해 배운 게 있다. 자신의 잣대로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추앙해주고 추앙받을 때의 자유로움이다. 자신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뒤틀린 모든 관계에서 해방될 방법을 엿봤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선배한테 배신당하고, 몸은 만신창이지만, 오늘은, 일단은,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가본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살아갈 거로 생각한다.


-‘나의 해방일지’의 "나를 추앙해요"란 대사가 유행처럼 번졌는데 작가는 무엇을 추앙하나.

▲제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질이 있다. 지나는 사람을 보고도 속으로 평가하고, 버스 안에서 눈에 띄는 사람도 속으로 평가하고. 대개는 부정적인 평가다. 한마디로 욕이다. 그러다가 반성한다. 추앙은 둘째치고라도, 습관적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진 말자. 아무리 속으로 생각한 말이어도 그 씨앗 어디 안 간다. 하지만, 오늘도 벌써 공공장소에서 마주친 몇 분을 속으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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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를 인생 드라마로 꼽는 사람이 많다. 드라마 종영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운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소감이 궁금하다.

▲그때 우리가 허튼짓을 한 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종영 후 한 번도 뵙지 못한 200여명의 스텝 분들과 조용한 연대의식 같은 걸 느낀다. ‘나의 아저씨’ 팀은 단 한 명에게서도 어떤 어긋남이나 누수가 보이지 않았다. 우린 다, 이 드라마가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합이 맞았던 한 팀이었기에 결과가 좋았고, 현재까지 회자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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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파울로 코엘료 작가 등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았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극 중 이지안(이지은·아이유)에 매료돼 본인의 영화 ‘브로커’ 주인공으로 낙점하기도 했다.

▲작가로서 아주 기분이 좋다. 다만 이 질문은 저보다는 감독님이나 배우분들께서 답해주시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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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대본집도 큰 인기를 얻었다. 대본집은 20~30대 여성이 즐겨 찾는다는 통념을 깨고 남성 구매자들의 비중이 높았다.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를 잘 안 보는 남자분들이 많이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영향으로 대본집까지 구매하신 게 아닐까 싶다. 짐작건대 드라마의 많은 남자 주인공이 발산형이었다면, 박동훈(이선균)은 수렴형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같은 수렴형인 남자분들이 봐주신 게 아닐까.

-‘어떤 경험을 하면 이런 글을 쓸까’ 하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오해일지 모르나 왠지 아픔의 경험도 많을 것 같은데.

▲뭔가 아픔과 특이한 경험이 있어서 글을 쓸 거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저도 작가들은 뭔가 다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작가가 돼 동료 선후배님들을 보니 다르지 않았다. 그 사실에 잠깐 실망했지만 바로 안도했다.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 하나의 특징은 있는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으시다는….


-주옥같은 대사를 해산하기 위한 산고가 궁금하다.

▲인간은 한 종자라 나의 갈증은 대중의 갈증일 것이라는 상정 하에 저의 갈증을 푸는 방식으로 인물을 잡는다. ‘나의 아저씨’ 기획 의도에는 그런 글이 있었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근원에 깊게 뿌리 닿아있는 사람들. 그런 맑은 사람들에게 감동하고 싶다. 원래 인간이란 이런 물건이었다는 듯,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평범해 보이는 인간의 뜨거움을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대사를 고통 속에서 길어낸다기 보다는, 인물에게 빙의해서 길어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대사와 캐릭터 모두가 자식 같겠지만, 유독 마음이 쓰이는 자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대사나 캐릭터가 있나.

▲극에서 좋은 끝을 맺지 못한 캐릭터가 제일 마음이 쓰인다. 악역인 배우분들은 자기 속에서 악을 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모른다. 그런 연기를 하고 나면 소주를 마시고 들어가야만 잠이 오신단다. 악인은 그냥 악인으로 두고 극을 끝낼 때, 그 역할을 하신 배우분에게 상당히 미안해진다. 그래서 마음이 쓰인다.


-명목적 주인공은 있지만,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삶이 다채롭게 읽히는 재미가 있다.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인가.

▲한 번 등장했으면 극 중에서 자기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 영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글이기에, 연기하는 배우가 분명히 있고,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이기에 인간적인 대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인물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 쫑파티에서 그 배우 얼굴을 못 본다. 미안해서.


-드라마 집필, 제작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나.

▲쓰는 내내 보호받는 기분이었다. 누구도 저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고, 조용히 글만 쓰게 했다. 심지어 어느 날 선배 작가님이 전화로 "그 팀에 그런 일이 있었다며?" 하는데 저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안 좋은 얘기는 아예 제 귀에 안 들어오게 하시는 것 같았다. 고마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흡족했던 반응이나 피드백을 소개하자면.

▲‘나의 아저씨’ 마지막 방송 후 시청 소감 중에, 너무 고마워서 작가에게 돈(3만원)이라도 주고 싶다는 글을 본 적 있다. 너무 진심 같으셔서 그분을 찾아가서 받아오고 싶었다. 당신의 감사를 제가 정확히 받았다고 알려드리고 싶어서 3만원을 받아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인터뷰]

"아저씨는…날 해방시켜줬다"

수차례 인터뷰 거절한 작가 취재기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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