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보며 울고 웃어…큰 위로" , "큰 형님, 아버지 같아"
종로 송해길 상인들…송해 소탈한 매력 추억하며 애도
코로나 상황에 '실버극장'서 비대면 공연도

송해길이 있는 종로구 낙원동 일대에서는 송해의 캐리커처와 사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이주은 인턴기자 jooeun126@asiae.co.kr

송해길이 있는 종로구 낙원동 일대에서는 송해의 캐리커처와 사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이주은 인턴기자 jooeun126@asiae.co.kr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주은·김군찬 인턴기자] "진짜 저희 아버지 돌아가신 것처럼 마음이 안 좋네요."


'일요일의 남자' 송해 씨(이하 존칭 생략)가 8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송해길' 일대는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평소 소탈한 모습으로 스스럼 없이 대중과 어울렸던 그였기에, 그를 애도하는 대중들은 송해를 두고 '참 멋진 선생님' , '아버지 같으신 분' , '큰 형님' 등으로 표현하며 추모했다.

애주가로도 유명한 송해는 평소 국밥집을 자주 찾았다. '소문난집' 국밥 식당 사장 김모씨는 그의 별세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송해 선생님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오셨다"라면서 "최근에는 병원에 입원하셔서 못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오시기도 하고 또 같이 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낙원상가 근처에서 12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송영자 씨(65)는 "선생님은 항상 이 동네에서 사무실이 여기 2층에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하시면서 여기 오실 때마다 말씀도 잘하셨고 늘 건강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하고 KBS 전국노래자랑 분들하고 같이 오고 그랬다. 점심 잡수고 오셨지, 식사하시고 손님들 와서 차 한잔하시고 가셨지…"라며 생전 소탈한 모습을 보인 고인을 추모했다.

'추억을 파는 극장'에 걸린 '청춘은 바로 지금' 포스터. 그림 가운데 송해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주은 인턴기자 jooeun126@asiae.co.kr

'추억을 파는 극장'에 걸린 '청춘은 바로 지금' 포스터. 그림 가운데 송해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주은 인턴기자 jooeun126@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


실버세대를 위한 영화관 '추억을 파는 극장'의 김정희 팀장은 고인이 가끔 공연을 해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팀장은 "(송해길 인근에서) 송해 선생님이 식사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면서 "갑자기 이렇게 돌아가셔서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두 달에 한 번씩은 오셔서 비대면 공연 같은 거 위주로 해 주셨다. 몸이 안 좋아도 2개월에 한 번씩 꾸준히 공연을 진행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신을 낮춰 상대방을 돋보이게 만드는 송해의 언행은 많은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인이기도 했다. 실제 그는 자택이 있는 서울 매봉역 인근에서 원로연예인상록회 사무실이 있는 낙원동 근처인 종로3가역까지 거의 매일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다녔다. 그런가 하면 송해는 단돈 4000원을 받는 이발소를 찾아 멋을 내고 '이천원 국밥집'을 소주와 함께 식사하며 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시민들은 위로를 받기도 했다.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송해 선생님은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고, 또 웃음을 주시지 않았나"라면서 "그 모습에 기운을 냈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50대 자영업자 박모씨 역시 "전국노래자랑을 안본 사람이 있을까"라며 "거기 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상대하는 송해 선생님을 보면서, '아 남들도 나처럼 웃고 울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많이 배웠다"라며 송해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송해 선생이 꾸준히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해온 '추억을 파는 극장' 내부에 송해 선생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사진=이주은 인턴기자 jooeun126@asiae.co.kr

송해 선생이 꾸준히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해온 '추억을 파는 극장' 내부에 송해 선생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사진=이주은 인턴기자 jooeun126@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


한편 고인을 그리워하는 각계 인사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차려졌으며, 이날 오후부터 조문을 받고 있다. 장례식장에는 빈소가 채 차려지기 전인 이날 이른 오후부터 방송계는 물론 정치계 등 인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온 '국민 MC' 송해에 한국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1급)을 추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전을 통해 "희극인 고(故) 송해 선생님의 별세 소식에 슬픈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선생님께서는 반세기가 넘는 기간 가수이자 코미디언으로서, 그리고 국민MC로 활동하시면 국민에 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주셨다"고 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박 장관은 이날 빈소에서 "송해 선생님은 우리 국민의 희로애락을 오랜 세월 표현해줬다. 그래서 생전에 이미 전설이 된 것"이라고 추모했다.


또한 개그맨 유재석과 조세호는 약 1시간 정도 조문한 뒤 별다른 말 없이 빈소를 나섰으며, 가수 김흥국, 조영남, 쟈니 리, 방송인 이상벽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상벽은 "1시간 프로그램이면 1시간 전에, 2시간 프로그램이면 2시간 전에 1등으로 나와 방송을 준비했고, 그렇게 최후의 일각까지 무대를 지키다 가신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말했으며, 김흥국은 빈소를 나서면서 "송해 선생님은 연예계의 아버님, 우리 후배들이 가장 존경하는 방송인이자 선망의 대상"이라면서 "그 연세에 끝까지 마이크를 잡으시고 전국을 누비시는 모습은 저희에게 엄청난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KBS의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현역 최고령 진행자 송해의 빈소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KBS의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현역 최고령 진행자 송해의 빈소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트로트 가수 송가인은 "제일 먼저 재능을 알아봐 주시고 이끌어 주신 선생님. 잘되고 나서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세요"라고 추모했다.


송해의 장례식은 코미디언협회장(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엄영수 코미디언협회장이 맡았다. 코미디언 석현, 김학래, 이용식, 최양락, 유재석, 강호동, 이수근, 김구라, 김성규 KBS 희극인실장, 고명환 MBC 희극인실장, 정삼식 SBS 희극인실장이 장례위원을 맡는다.


발인은 10일 오전 진행될 예정이며, 장지는 대구 달성군 옥포리 송해공원이다. 송해공원은 송해의 아내 석옥이 여사가 안장된 곳이기도 하다.

AD

송해는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 1988년 5월부터 35년간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아 최장수 MC로 큰 사랑을 받았다. 공을 인정받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지난 4월에는 95세 현역 MC로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주은 인턴기자 jooeun126@asiae.co.kr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