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무관심, 안갯속, 로또, 이전투구, ‘교육’ 없는, 이념투쟁 등 온갖 부정적 수식어가 난무했던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대다수 언론도 비판했다. 교육감 선거를 비판한 한 기자에게 시장후보 공약, 구청장 후보 이름을 물었다. 대답은 역시 깜깜이였다.
그런데 시장·구청장 선거를 깜깜이라고 비판한 보도는 찾지 못했다. 후보나 공약을 몰라도 정당을 보고 투표할 수 있어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나, 특정 정당의 선거 관여 행위가 금지돼 있다. 태생적으로 깜깜이 선거일 수밖에 없다.
후보의 공약을 알고 싶으면 유권자가 노력해야 한다. 교육감이든, 시장이든, 구청장이든, 시의원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다만 소속 정당이 있는 후보는 구체적 공약을 몰라도 정당 보고 투표할 수 있지만, 교육감 후보는 소속 정당이 없으므로 그럴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구체적 공약을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 정당 공천 없는 교육감 선거를 깜깜이 선거라고 비판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다른 선거와 단순 비교한 결과다.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가 시도지사의 2.5배였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이를 깜깜이 선거의 증거라고 비판한 바 있지만, 교육감 선거의 특성상 바람직한 행태로 볼 여지도 있다. 의사결정이론에 따르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기준은 관련성과 전문성이다. 교육 관련성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사람을 교육감 선거에 참여시키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누굴 뽑을지 모르거나 누가 뽑히든 관심이 없다면 차라리 기권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깜깜이 선거의 실례로, 과거에는 ‘현직=당선’이라는 현직 교육감 프리미엄 가설을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현직 교육감 13명 중 4명이 낙선했다. 보수와 진보 양자 대결 지역에서 지방정치와 동조화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으나, 깜깜이 선거 구도에서도 유권자의 선택은 깜깜이가 아니었다는 방증으로 볼 여지도 있다.
교육감 후보들이 보수니, 진보니 내세우는 것은 깜깜이 선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문제는 보수 또는 진보 후보라고 표방하는 순간 교육감 선거는 정치 성향을 드러내게 된다는 점이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면서도 철저히 정치적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깜깜이 선거를 해소하자니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자니 정당 공천 없는 깜깜이 선거가 불가피하다. 진퇴양난이다. 깜깜이 선거를 받아들이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할 때 교육감 선거의 개선책이 나올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수니, 진보니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용어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후보자의 정당 활동 이력처럼 교직단체 활동 이력 표시도 금지해야 한다. 교직단체가 정치집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 관련성을 암시하는 현수막이나 홍보물의 색깔도 금지해야 한다.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가치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러닝메이트제, 정당공천제, 임명제는 교육의 정치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헌법적 가치를 충족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교육 관련성 또는 전문성을 갖춘 교육 관계자만 선거에 참여하는 제한적 주민직선제의 도입도 검토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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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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