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겔싱어 인텔 CEO와 '릴레이 회의'
'협력사' 퀄컴 아몬 CEO와는 방한 당시 대담만
의외의 온도 차…IT업계 경험 풍부한 겔싱어와 접점 많을 수도
일각선 삼성·퀄컴 '독자 행보' 가속 관측도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 사진=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 사진=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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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수장들과 회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인텔의 팻 겔싱어 CEO에 대해선 서초 사옥에 초대해 저녁식사까지 함께 하며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방한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는 지난달 21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함께 참석했을 뿐, 그 외엔 별다른 일정을 가지지 않아 대비된다.


인텔은 삼성과 글로벌 반도체 매출 1·2위를 다투는 라이벌 업체인 반면, 퀄컴은 수년 간 밀월관계를 이어 온 '파트너'라는 점에서 다소 의외의 온도 차를 보여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IT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 경영 활동을 했던 겔싱어 CEO가 아몬 CEO보다 삼성과의 '접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에 걸쳐, 이 부회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 CEO들과 회동을 이어갔다. 특히 이번 회동에서 이 부회장이 가장 공들인 사람은 겔싱어 CEO였다.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겔싱어 CEO를 서초 삼성 사옥에 초대해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삼성의 반도체 수장인 경계현 DS부문장,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노태문 MX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이 일제히 배석됐다. 이들은 각 사업 분야를 두고 '릴레이 회의'를 이어갔으며, 저녁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겔싱어 CEO 또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한국을 찾는 열의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팻 겔싱어 인텔 CEO / 사진=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 / 사진=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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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겔싱어 CEO의 방한 전, 또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아몬 CEO와 만났다. 아몬 CEO는 지난해 취임한 퀄컴의 신임 CEO로, 이 부회장과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20~22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 중 한국을 찾았으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이 부회장 등과 회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겔싱어 CEO처럼 아몬 CEO와 따로 회동 일정을 가지지는 않았다.


퀄컴은 무선통신용 반도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하는 팹리스다. 특히 AP 비즈니스가 삼성과 퀄컴의 밀월 관계를 공고히 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삼성은 퀄컴으로부터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하면서 '윈윈'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도 퀄컴은 당당히 '5대 매출처' 중 하나로 등극했다. 이 부회장이 아몬 CEO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라이벌 기업'이라는 점에서 겔싱어 CEO가 아몬 CEO보다 이 부회장과 논의할 주제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삼성은 이번 회동에서 두 사람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반도체 설계 ▲위탁생산 등을 의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겔싱어 CEO의 인텔은 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메모리 등 삼성과 비슷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업체이며, 겔싱어 CEO 또한 인텔 이전에 델 EMC(데이터 저장 장치), VM웨어(소프트웨어) 등 여러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겔싱어 CEO를 삼성 서울 서초 사옥에서 초청해 회의를 진행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겔싱어 CEO를 삼성 서울 서초 사옥에서 초청해 회의를 진행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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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달리 아몬 CEO는 지난 1995년 퀄컴 엔지니어로 입사해 대표직까지 오른 인물로, 모바일부터 사물인터넷(IoT)까지 다양한 반도체 설계 업무를 맡은 베테랑이지만 삼성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나 파운드리와는 직접적으로 연이 닿은 적은 없다. 삼성과 퀄컴은 철저히 파운드리와 팹리스라는 위치로 밀월 관계를 맺은 만큼, 공통 분모는 오히려 매우 협소한 셈이다.


일각에선 앞으로는 두 회사의 독자 행보가 더욱 가속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대만 '타이페이타임스' 등 일부 외신에서는 퀄컴이 스냅드래곤8 1세대 플러스(+) 위탁생산 물량을 삼성의 파운드리 라이벌인 TSMC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24일 "여러 파운드리 파트너로부터 반도체를 구매하는 공급망 전략이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여러 파운드리 업체에 물량을 주는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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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또한 지난달 25일 45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오는 2025년까지 갤럭시 폰 전용 AP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현재 삼성은 중저가 휴대폰에 자사 AP인 엑시노스를, 프리미엄 휴대폰에는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만일 모든 휴대폰에 전용 AP를 탑재하면 퀄컴과는 밀월 관계에서 또 다른 라이벌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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