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버린 선감학원②] 정치권, 구호는 외치고 법안 발의 '0건'…피해자 두 번 울렸다
선감학원 조례, 생활안정지원 약속했지만…예산 집행 '0원'
국가에 실망한 피해자들…대통령·경기지사가 피해자 명예회복 나서야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 초반 안산 선감도에 설립된 이후 1982년까지 운영된 시설로 8∼18세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입소시켜 인권을 유린한 수용소다. 경기도가 공식사과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피해원인과 규모 등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전달하고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과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다룬다. <편집자주>
2020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선감학원의 진실규명을 약속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국가에 실망만 하고 있다. 현재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는 미진한 상황이다. (출처=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4월 28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선감학원 현장을 찾았다. 위원 모두가 과거사 관련 현장을 함께 방문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위원들은 안산시 단원구 선감로에 위치한 선감학원사건피해자신고센터를 찾아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으로부터 인권침해 피해의 실상을 듣고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선감역사박물관과 수용시설 옛터, 희생 아동 위령비, 희생자 묘역 등을 약 1시간 30분에 걸쳐 함께 둘러봤다.
희생자 묘역에는 선감학원 내에서 폭력과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섬을 탈출하려다 바다에 빠져 죽은 원생들의 시신이 묻혀 있다. 그 수는 약 150구로 추정된다. 위원들은 희생자 묘역을 둘러보며 어린 원혼들을 추모했다. 정근식 위원장은 선감학원 현장을 둘러본 뒤 "국가가 보호 대상인 사회적 약자를 ‘부랑아’라는 치안·선도의 대상으로 만들어 폭력과 보호의 이중성을 지닌 반인권적 법리 안에 가둬 인권을 침해했다"라며, "위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만큼 최선을 다해 빠른 시일 내에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전까진 적극적이었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생활안정지원은 지금까지 '0원'
현재까지 선감학원 사건과 관련해 170여 명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대다수 신청인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으며, 참고인 대면조사, 선감학원 운영 자료 분석, 단속 및 수용 관련 자료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권위주의 정권 시기 요보호 아동 정책의 법리적 문제 △단속과정에서 작동한 공권력의 구조적 원인 △선감학원 운영실태를 조사해 피해의 원인과 규모를 밝힐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전부터 선감학원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21대 국회에서 선감학원 관련법은 단 한 건도 발의되지 않았다. 20대 국회(2016~2020년)보다도 상황은 후퇴하고 있다. 2019년 9월19일 당시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감학원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엔 선감학원 피해자들을 위한 진상규명뿐만 아니라 보상 등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이 법안은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됐다. 당시 선감학원 관련 법 발의에 기여했던 원미정 경기도 도의원은 "당시 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결국 비용 등 문제로 좌초됐다"며 "대신 과거사법이 통과됐지만 보상 및 배상 등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경기도의 대처도 미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하기 전까지만 해도 경기도는 선감학원 피해회복에 적극적이었다. 2020년 1월 이 전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하기도 했다. 2016년 선감학원 희생자 지원 및 피해회복을 골자로 한 ‘경기도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피해자들의 생활안정지원 관련 예산이 단 한 번도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아직 피해자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지금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조례에 명시된 의료지원 사업은 4691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정진각 안산지역사연구소 대표는 "국가에 실망한 피해자들이 국가 주도의 조사를 신뢰하지 않고 협조하질 않고 있다"며 "이들을 명예회복을 위해 대통령 또는 경기도지사가 나서서 공식적인 사과를 하는 등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