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피해자 원치 않아도 군사기지·시설 내 폭행 처벌 군형법 합헌"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군사기지나 군사시설 내에서 이뤄진 군인의 군인에 대한 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피해자가 처벌불원(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형법상 폭행죄와 달리 군사시설 내에서 이뤄진 군인간 폭행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익보다 국가형벌권의 공평하고 획일적인 행사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더 크다는 입법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군사기지·시설 내에서 이뤄진 군인 간의 폭행에 대해 반의사불벌 조항 적용을 배제한 군형법 제60조의6 1호와 2호가 평등원칙에 반한다며 육군 상사 김모씨와 중위 이모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2019년 12월 초순 자신이 근무하는 A 대대 인성검사실에서, 2020년 3월 중순 신각개전투교장에서, 같은 달 31일 행정반에서 각각 부하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수도군단 보통군사법원(1심)에서 선고유예를 선고받고 고등군사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각 피해자들로부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표시된 처벌불원서를 받아 제출했지만 군인이 군사기지에서 군인을 폭행한 경우 형법상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한 심판대상조항 때문에 공소기각 판결을 받지 못하자 재판 도중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B연대에서 중위로 근무하던 이씨는 2019년 6월 4일 철벽사격장에서, 다음날 오후 생활관에서 부하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씨 역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고도 공소기각 판결을 못 받게 됐다며 항소심 재판 도중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문제가 된 조항은 '군인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군인등을 폭행 또는 협박한 경우에는 「형법」 제260조제3항 및 제283조제3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한 군형법 제60조의6 1호와 2호다.
1호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상 '군사기지'를, 2호는 같은 법상 '군사시설'을 각각 형법상 폭행·협박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로 열거하고 있다.
애초 1962년 군형법 제정 당시에는 '상관', '초병', '상관·초병 이외의 근무수행중인 자'에 대한 폭행죄에 대해 각각 별도의 처벌 규정을 뒀을 뿐 그 밖의 군인에 대해서는 일반 폭행죄와 마찬가지로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돼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이 불가능했다. 해당 조항은 2016년 신설된 조항이다.
김씨와 이씨는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군형법에서 상관, 초병, 근무수행 중인 군인에 대한 폭행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그 외의 군인에 대한 폭행을 일반 국민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고, 상명하복의 점에서 동일한 경찰·공무원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며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범죄자의 회개에 기초한 피해자와의 화해를 통해 법적 평화의 회복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오히려 군 내 분열에 기여하고 화해와 용서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비록 반의사불벌죄 여부가 입법재량에 속한다고 보더라도,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전과자를 양산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입법재량을 일탈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 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헌재는 "'일반 폭행죄'와 '군사기지·군사시설에서 군인 상호간의 폭행죄'는 타인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 성립되는 죄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전자는 '신체의 안전'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함에 반해, 후자는 '군 조직의 기강과 전투력 유지'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엄격한 위계질서와 집단생활을 하는 군 조직의 특수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희망할 경우 다른 구성원에 의해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고, 상급자가 가해자·피해자 사이의 합의에 관여할 경우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거부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는 "특히 병역의무자는 헌법상 국방의 의무의 일환으로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국가는 병영생활을 하는 병역의무자의 신체·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음을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는 군사기지·군사시설에서의 폭행으로부터 병역의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법자의 판단이 헌법이 부여한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일탈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경찰이나 공무원들과의 차별취급이라는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련 "군사기지·군사시설에서 현역으로 복무하면서 집단생활을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요구되며 살상력 있는 무기 등을 보유함에 따라 그에 따르는 고도의 위험성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는 군인을 경찰·공무원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근거들을 토대로 헌재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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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관계자는 "국방의 의무의 일환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책임을 최초로 선언한 결정"이라고 이번 결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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