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FDPR 예외 뒷이야기…美 제재 '키맨'과 담판 통했다
[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한국이 적용 예외 대상국에 든 데는 경제 유관 부처의 뒷심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불거진 한미 동맹 균열과 외교 참사 논란을 뒤로 하고 미국 현지에서 발로 뛴 노력이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국제기구 고위급 회의차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던 지난달 24일만 해도 미국 재무부 측으로부터 양자 회담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한 채 출국했다. 런던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중 돌아오는 월요일(28일) 오전 9시 대(對)러시아 제재를 포함한 이란 동결 자금 문제 등을 긴급 논의하자는 연락을 받은 이 차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의 다른 일정을 조정하고 재무부로 달려갔다.
그가 만난 사람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제재’ 업무를 총괄하는 실세이자 ‘키맨’인 월리 아데예모 부장관. 1981년 나이지리아 출생의 아데예모 부장관은 지난해 3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출신으로 재무부 2인자 자리에 올랐다. 이 차관과 아데예모 부장관이 오프라인에서 대면한 것은 처음이지만 둘은 낯설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취임 당시 이 차관은 그에게 축하 서한을 보냈고 같은 해 6월에는 아데예모 부장관의 요청으로 디지털세를 포함한 양국 간 현안에 대해 1시간 넘도록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콘퍼런스콜을 진행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우리로 따지면 재무부 제재 담당 차관보와 국제금융국장 등 비중 있는 고위급을 배석하도록 하고 1시간 가까이 대러 제재 방안을 이 차관 일행과 협의했다. 미국 내 의사결정권에 영향력 있는 재무부 고위급과의 첫 대화 물꼬를 튼 셈이다.
양자 회동이 끝난 뒤 미국 재무부는 홈페이지에 즉각 해당 사실을 이례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측 파트너인 상무부와 대러 제재 방안의 기술적인 측면을 세부적으로 협상해 나갔고 끝내 FDPR 적용 면제의 성과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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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관은 일련의 긴박했던 상황을 쇼트트랙 계주에 빗댔다. 이 차관은 "각자 (타임리하게) 자신의 순서와 위치에서 역할을 하고 앞선수를 확실하게 밀어주면서 연결고리가 단단하게 매어지고, 미국 최고위층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적기와 적재적소, 적결(適結)이 맞아떨어졌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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