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5만7300명 자연 감소했다는 최근 통계는 개인적으로 각성의 계기가 됐다. 수십 년 전부터 들어 익숙한 저출산·고령화가 사회 현상을 넘어 가랑비에 옷 젖듯 국력을 좀먹고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통계로 보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안 낳는’ 나라다. 지난해 연간 혼인 건수는 19만2509건으로, 최초로 2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집계를 시작한 1982년(41만건)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결혼 커플이 줄어드는 것은 벌써 10년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독보적 꼴찌인 출산율은 탄식 그 자체다.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는 물론이거니와 OECD 평균(1.61)을 한참 밑돈다. 지난해 4분기에는 0.71까지 추락했다. 이 수치가 1 아래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뒤에서 2등인 스페인(1.23)과도 격차가 있다.
이처럼 아이를 낳을 동력이 악화일로다 보니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자연 감소 추세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됐다. 2020년 첫 ‘데드 크로스’ 이후 감소 폭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만 3만153명이 줄어 2020년 연간 감소(3만2611명) 수치를 따라잡았다. 분기당 3만명씩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시대를 맞은 셈이다.
문제는 오랜 징후에 비해 국민의 체감도는 월등히 낮다는 데 있다. 정부는 물론 여야 대통령 선거 후보도 마찬가지다. 재정 지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정책과 공약만 보일 뿐 대응의 근본적인 ‘목적’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5년 동안 200조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인풋 대비 아웃풋이 완전히 역으로 가는 대표적인 정책이 저출산인데 ‘돈풀기’로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기조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출산 후 1년 동안 부모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윤석열)한다거나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 대체율 상향(이재명) 등의 공약은 낡고 낡았을뿐더러 번번이 실패한 대책이다. 5년 전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국공립 어린이집 수용률 50%)은 2022년이 돼서야 ‘2025년 공보육 이용률 50% 달성 목표’라는 정책으로 뒤늦게 등장하는 등 돌려막기 모양새다.
물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구 배당효과(보너스)로 고속 성장을 실현한 중국은 세계 1위 인구 대국 타이틀을 인도에 내줄 날이 머지않았고 미국 역시 건국 이래 첫 인구 자연 감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인구 오너스는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고인이 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생전에 목적이 없다면 어떠한 경영 이론의 가치도 제한적이라고 일갈했다. 원하는 모습(likeness)을 확실히 정하고 우선순위를 끌어올려 전력(commitment)을 다하면서 과정을 되돌아보는 명확한 평가 기준(metrics)이 있어야, 하나의 목적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우리는 어쩌면 인구 4000만 시대를 받아들이는 자세부터 고쳐 잡아야 할지 모른다. 우리보다 인구 절벽 문제에 선행했던 일본은 한계가 뚜렷한 출산율을 늘리는 것보다 인구 1억명 지키기를 국책 과제로 삼아 적어도 실패는 않고 있다. 교육과 취업을 위해 지방을 떠나야만 하는 청년층, 그들이 수도권에 밀집해 경쟁 심화 속에 내 집 마련과 양육에 대한 미래 불안감에 갇혀 아이를 낳지 않는 대한민국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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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경제부 김혜원 차장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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