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계약서 자동연장 조항 문언대로 해석해야"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서에 '별도합의가 없으면 자동연장한다'는 단서가 붙었다면 당사자 간 합의가 아닌 다른 이유를 들어 계약 연장을 부인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헬기조종사 A(69)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A씨의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는 계약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취지와 항소취지 등에 비춰 볼 때 원심의 심판 대상에 대한 판단에도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군항공대에서 20년 동안 헬기조종사로 근무하고 전역한 A씨는 항공기를 이용한 산불 진압 등을 영업으로 하는 B 회사와 2017년 5월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 제1조(계약기간)에는 '근로계약기간은 2017년 5월 1일부터 2018년 4월 30일까지로 하되, 계약기간 만료시까지 별도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연장한다'고 기재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애초 B 회사는 2016년 12월 헬기사업팀을 신설하면서 A씨를 포함한 조종사 3명과 정비사 3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회사가 도입한 헬기가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안전운전을 담보하기 위한 표준감항증명을 받지 못하게 돼 사업이 좌절된 것.
어쩔 수 없이 회사는 2017년 12월 초순경 A씨 등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사직원을 제출받은 뒤, 같은 달 21일 헬기사업팀 전원에게 '사직원이 수리돼 2017년 12월 31일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A씨는 조종사가 아닌 정비사들을 해고하기 위해 일괄적으로 사직원을 제출받는 줄 알았다며 2018년 1월 25일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회사의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회사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다시 법원에 중앙노동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그러자 회사는 2018년 4월 2일 A씨에게 '근로계약기간이 2018년 4월 30일자로 만료될 예정이고 헬기조종사로서 필요한 직무상 역량미달로 근로계약 갱신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에 A씨는 근로계약기간이 2018년 5월 1일부터 자동 갱신됐음을 이유로 2018년 1월 1일부터 자신이 복직하는 날까지의 미지급 임금과 이자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앞서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처럼 근로계약서상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회사가 A씨를 해고한 것은 무효라고 판단, 근로계약서상 근로계약 만료일인 4월 30일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계약의 자동갱신을 전제로 청구한 2018년 5월 1일 이후의 임금과 이자는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 측의 본안 전 항변 주장을 받아들여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A씨의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먼저 재판부는 A씨와 회사 간 계약서 제1조 중 계약기간이 1년이라는 본문의 내용과, 별도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연장된다는 단서의 내용이 서로 중대한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언 그대로 해석할 경우 A씨가 합의하지 않는 한 기간이 만료돼도 근료계약이 종료하지 않아 A씨가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이 채용된 근로자와 동일한 지위를 누리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종료하면 회사가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를 심사해서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되, 계약기간 만료일까지 회사가 갱신 거부의 뜻을 표하지 않으면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본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된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비록 A씨는 자신의 풍부한 헬기 조종 경험을 근거로 직무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종 기술이 부족하고 집중력이 없다', '훈련기간 동안 보아온 많은 위험한 상황들을 내가 주변에 없어서 멈추게 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는 등 호주 훈련교관의 부정적 평가를 감안할 때 회사의 갱신거절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A씨와의 근로계약관계는 2018년 4월 30일 정상적으로 종료됐기 때문에 설사 회사의 해고가 무효라고 해도, 어차피 A씨가 근로자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어 해고의 무효 여부를 확인할 이익이 없다는 취지다.
2심 역시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항소심에서의 청구취지 확장에 따라 회사가 A씨에게 360여만원을 추가로 지급할 것을 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이 같은 결론이 완전히 뒤집혔다.
대법원은 일단 A씨와 회사 간 체결한 근로계약에 대한 하급심 재판부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종래 대법원 판결을 원용해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며 "특히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와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조항은 그 자체로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기간이 만료하는 2018년 4월 30일까지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이 사건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임이 명확하다"며 하급심과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재판부는 "이와 달리 '원고가 근로계약기간 동안 항공종사자 자격을 유지함으로써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된다'는 기재는 없다"며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처분문서인 이 사건 근로계약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에 반한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B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직원의 근로계약기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1년 이내로 한다. 다만 필요에 따라 갱신 체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한 만큼 취업규칙을 근거로 계약 내용을 축소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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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재판부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기간 중에 원고가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피고로서는 그러한 사정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라고 인정되는 한 원고를 정당하게 해고할 수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을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더라도 근로계약 체결 당시의 당사자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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