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FT 배제' 등 러시아 금융제재 현실화
송금 막힐라…유학생 둔 부모는 전전긍긍
간편송금 업체들은 이미 "러시아 송금 불가"
커지는 불안감에 대리송금 모집하는 이들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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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과 결혼한 김선형씨(56·가명)는 현지에 있는 아내와 딸에게 매월 50만원을 송금한다. 수수료가 싼 간편 송금 업체를 주로 이용해왔는데 이날부터 러시아 송금이 불가능해졌다. 업체에 이유를 묻자 "러시아 제재 리스크 때문이며 재개시점은 알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당장이야 다른 은행 플랫폼을 쓰면 되지만 제재가 강화될 경우 어떻게 송금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며 "불안하지만 소액이라도 대리송금을 맡겨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러시아가 ‘금융 핵폭탄’으로 불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외 조치를 받으면서 현지에 친인척이나 거래처를 둔 이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로 돈을 보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위험한 ‘꼼수 송금법’도 퍼지고 있다.

2일 금융권과 관련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러시아에 유학생과 친인척, 거래처 등을 둔 이들 사이에서 이른바 ‘대리송금’ 방식이 암암리에 유행하고 있다.


대리송금은 보통 러시아에 거주하면서 러시아 계좌와 한국 계좌를 동시에 가진 이들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들이 가진 한국계좌에 수수료를 포함한 일정금액을 보낸 뒤 입금을 원하는 현지계좌와 수취인을 메신저로 전달하면 된다. 러시아 거주자는 상호 간에 약속한 환율로 현지 계좌에 돈(루블)을 넣어주면 대리송금이 완료된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국 사업가와 근로자들도 대리송금 모집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으로의 송금이 완전히 막히지 않았지만,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달러로 환전한 뒤 송금하면 막대한 환차손을 입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정한 환율에 따라 한국계좌에 원화를 받고, 러시아 계좌로 루블화를 전달해주면 사실상 환차손을 피할 수 있다.


사기 위험 높아도 어쩔 수 없이 '대리송금' 모집

문제는 대리송금이 사기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다 안전을 담보할 방법도 없어 매우 위험하다는 점이다. 커뮤니티에서 사업자등록증이나 러시아 계좌를 인증하는 사진이 올라오고 있지만 돈을 떼먹고 잠적할 경우 돌려받을 길이 없다. 수수료 역시 비싼 편이다. 이날 환율 기준 1루블화는 10.95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리송금 시에는 통상 1루블화 송금에 수수료 포함 16~20원이 든다. 루블화 가치 급락 이전 환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리송금이 퍼지는 건 지난달 28일부터 러시아 SWIFT 배제조치가 가시화되면서다. SWIFT 배제는 국제금융거래 차단 효과가 있다. 200여개 나라와 1만1000여개 은행이 외화를 주고받을 때 SWIFT의 전산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송금, 투자, 대환 등이 어려워져 ‘금융 핵무기’로 불린다. 한국은 금융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스베르뱅크와 주요 6개 은행(VEB·PSB·VTB·Otkritie·Sovcom·Novikm)과의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이에 주요 간편송금 업체들부터 러시아 송금 서비스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간편송금 업체 ‘한패스’는 러시아로의 송금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했다. SWIFT 제재은행 리스트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리스크가 커지자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선 것이다. 50만명 이상이 내려받아 쓰고 있는 해외송금 애플리케이션(앱) 센트비도 러시아로의 송금 서비스가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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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SWIFT 제외은행이 결정되면 대체계좌 개설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이 러시아 유학생과 주재원에 송금한 자금규모는 약 625만달러(75억원) 정도다. 무역 규모는 273억달러(32조6000억원)에 달한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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