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103개 뜯어고친 국회, 재정악화는 모르쇠…향후 5년간 세수 34兆 줄고, 지출 21兆 늘어
국회예산정책처 '2021년 4분기 가결 법률의 재정소요점검' 보고서
연 평균 세수 6.8조 줄고, 지출 4.2조 늘어
"정부 의무지출 수반 법안 통과시 '페이고' 방식으로 지출 감축안 동시 마련해야"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지난해 4분기 국회를 통과한 재정수반법률로 향후 5년간 정부 세수가 34조원 줄고, 지출은 21조원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나갈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은 적어 나라살림 악화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엔 현금성 지원과 같은 정책 효과는 적고 재정 악화는 부채질하는 선심성 법안들이 포함됐는데, 결국 차기 정부에선 증세나 국가채무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1년 4분기 가결 법률의 재정소요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국회를 통과한 재정 수입, 지출 변동을 초래하는 법률 총 103건 중 추계가 가능한 51건을 분석한 결과 2022~2026년 5년간 세수는 연 평균 6조8283억원 감소하고, 지출은 연 평균 4조2357억원 증가할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하는 비율을 종전 21%에서 2022년 23.7%, 2023년 25.3%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에 따라 연 평균 4조2295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고용증대 세액공제 한시 확대 및 적용기한 연장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연 평균 1조674억원, 신성장 및 원천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적용기한 연장과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공제율 신설 등으로 연 평균 각각 4102억원, 3928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각종 복지정책이 늘면서 정부 지출은 늘어날 전망이다. '아동수당법' 개정으로 아동수당 지급대상이 현행 7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되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2세 미만 아동에 대한 영아수당 지원으로 연 평균 2조684억원이 추가로 지출될 것으로 추계됐다. 출생아동당 200만원을 '첫만남이용권'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에 따라 연 평균 5007억원의 지출 증가도 예상된다. 이 밖에도 중고차 취득세 및 자동차세 감면 적용기한 연장으로 연 평균 6316억원,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적용기한 연장에 따라 연 평균 4599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결국 지난해 4분기 통과된 재정수반법률에 따라 연간 11조원이 넘는 재정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주력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의 R&D,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도 있지만, 현금 살포 등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법안 또한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출산율 제고를 위해선 국회가 통과시킨 아동수당 지급 연령 확대 및 출생아동에 대한 현금성 지원 보다는 보육·육아 인프라 개선, 교육 및 주택 정책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랭, 전국 주택 매매 건수가 45% 감소하면서 관련 세수 역시 지난해 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설상가상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천문학적인 재정 지출이 소요되는 '퍼주기 공약' 을 쏟아내고 있어 정부 지출은 더 늘어날 일만 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약 이행에 300조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66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출 구조조정 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결국 증세와 적자국채 발행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70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을 늘리게 되면 올해 재정 적자는 1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 의무지출이 수반되는 정책을 만들거나 법안을 통과시킬 때는 '페이고' 방식을 통해 지출 감축 방안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며 "올해 재정 적자 역시 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기 정부는 적자국채 발행 뿐 아니라 세출 구조조정, 세입 확충을 병행해 재정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