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영화산업 회생 7인 대담회
영화산업 규모, 2년 만에 반토막 이하로…정부 지원은 할인권 지급 중심
한국영화보다 외국영화 수혜…영화발전기금도 부담, 일시 중지해야
OTT에 치중된 정부 지원책들도 문제…결국 한국 영화산업의 중심은 개봉영화
영화를 포괄적 영상산업 중심축 확장…영진위 차원 넘어 정부적 고민 필요

10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산업 관련 대담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 및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10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산업 관련 대담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 및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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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산업 시장 규모는 1조239억 원이다. 2조5093억 원 규모였던 2019년의 40.8% 수준으로 축소됐다. 전체 극장 매출액도 3845억 원으로 2019년의 30.5%에 그쳤다. 전년보다 14.5% 증가했으나 90% 이상 오른 중국, 미국, 영국 등과 선명한 대조를 보였다.


더딘 회복세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개봉 연기에 기인한다. 한국영화는 관객 점유율에서 2011년부터 10년 연속 외국영화를 앞섰다. 지난해에는 30.1%로 급감했다. 극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7%에 불과했다.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는 열일곱 편. 전년(29편)보다 무려 58.6% 감소했다.

정부는 다음 달 82억 원을 투입해 한국영화 신작 개봉을 촉진할 방침이다. 세부 방안을 정립하는 시점에 아시아경제는 효과적인 지원 정책을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재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과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 담당, 김무성 롯데컬처웍스 마케팅부문 상무, 김재민 뉴 영화사업부 대표,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 임헌정 지원 대표 등과 함께 극장의 현주소를 살피고 영화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모색했다.


10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산업 관련 대담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 및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10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산업 관련 대담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 및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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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지난 2년간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은 소비할인권 지급으로 진행됐다. 영화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일각에선 멀티플렉스가 ‘모가디슈’와 ‘싱크홀’에 적용한 제작비 50% 회수 보장이 더 효율적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한국영화는 이 두 편뿐이다. 다만 선발 과정 등에서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

◆임헌정=소비할인권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간 형편없는 사업이었다. 지난해 최다 관객을 동원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이와 무관했다. 할인권을 남발해도 극장은 북적일 수 없다.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해야 한다.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개봉할 길을 열어주고 다양한 마케팅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모가디슈’와 ‘싱크홀’은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았다. 두 영화마저 없었다면 우리 회사는 부도가 났을 거다.


◆장원석=팬데믹에도 극장이 근근이 생명을 지탱한 건 헤비 유저 덕이다. 더 많은 관객을 부르려면 기대작의 개봉을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멀티플렉스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다양한 지원을 해줬다. 저도 ‘유체이탈자’를 개봉했을 때 티켓당 2000원씩을 더 받았다. 극장 형편을 너무나 잘 알다 보니 나중에는 미안하더라. 정부가 도와야 한다. 재원이 한정적이라면 지금보다 효율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김재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강진형 기자aymsdream@

김재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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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그동안 1000~2000원 추가 지급과 제작비 50% 회수 보장 두 가지 방식을 적용해 많은 영화의 개봉을 유인했다. 적자가 크다 보니 부담은 상당히 큰 편이다. 롯데컬처웍스나 메가박스도 같은 상황이다. 관객은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하면 극장을 찾아오게 마련이다. 지금 창고에 쌓인 한국영화가 상당히 많다. 시간이 지나면 유행에 뒤처질 수 있다. 새로운 영화제작도 어려워지고. 지속적인 유인책이 나와줘야 영화산업이 정상화될 수 있다.


◆김재민=저희는 지난여름 제작비 50% 회수 보장 지원을 받지 않고 '인질'을 개봉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효과를 누렸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관객이 극장에 몰렸기 때문이다. 극장이 체력을 회복해야 영화로 구성된 뷔페가 풍성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영화산업 매출의 80%가 극장에서 창출되는 구조다. 그런데 근래 정부 지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과도하게 치중됐다. 소비할인권은 보편성 획득 차원에서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지났다. 배급·제작사가 영화를 안심하고 개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더 많은 연구와 분석을 거친 지원이 요구된다.


◆김무성=보편적 혜택은 관객이 소비할인권에 익숙해질 수 있어 독이 될 수 있다. 자칫 영화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개봉하는 흐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관객 동원만 놓고 보면 네 차례 걸친 소비할인권보다 멀티플렉스의 자구책 효과가 더 좋았다. 영화가 개봉해야 관련 산업이 순환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지원이 바뀌었으면 한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강진형 기자aymsdream@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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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개봉 촉진 지원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는데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결국은 순환의 문제다. 동맥경화가 나서 줄줄이 마비되는 흐름부터 끊어야 한다. 정점에 극장이 있으나 개개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다. 이를 아우르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모색하겠다.


◆김재현=개봉지원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다만 소비할인권은 다른 시각으로 봤으면 한다. 개봉지원을 넘어 국민의 문화향유 신장의 의미까지 내포하는 사업이다. 영화발전기금을 내는 주체는 영화인과 국민이다. 소비할인권은 그걸 돌려주는 차원의 사업이므로 개봉지원은 부가 개념으로 보아야 옳다. 고로 개봉지원 예산은 별도로 확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영계에서 많은 의견을 얘기한 만큼 추후 반영을 기대하고 있다.


◆장원석=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루틴(routine)한 면이 있다. 제작자로서 극장과 그다지 좋은 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생존하려면 지금은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조금 더 버틴다고 좋아질 상황이 아니다. 한국영화 100년사의 최대 위기다. 스크린쿼터 운동이나 불법 다운로드 근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정부가 영화계를 지켜줘야 한다.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 담당/강진형 기자aymsdream@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 담당/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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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민=지난해 이맘때 ‘영화들이 내년에 갑자기 쏟아져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말이 농담처럼 오갔다. 실제로 개봉을 미루고 있는 영화는 무수히 많다. 하나같이 올해 개봉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배급사는 투자 여력을 잃고 만다. 극장이라는 특정업종만 지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장원석=팬데믹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침입자’, ‘사라진 시간’, ‘유체이탈자’ 네 편을 개봉했다. 또 다른 영화도 준비하는데 이제는 배급사에서 만류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다 보니 이제는 드라마에 눈길이 간다. 한국영화가 그동안 안팎에서 많은 성과를 내지 않았나. 어떻게든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냐라고 치부하면 섭섭할 것 같다.


◆아시아경제=안타깝게도 영화발전기금은 극장 부과금 감소와 사업비 지출로 고갈된 상태다. 징수 기한이 2028년 말까지로 연장됐으나 연간 500억 원 이상이 걷히던 시절로 돌아가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는 공공자금 관리기금 차입금 800억 원으로 올해 예산을 확보했다.


김무성 롯데컬처웍스 마케팅부문 상무/강진형 기자aymsdream@

김무성 롯데컬처웍스 마케팅부문 상무/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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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차입금으로 연 10억 원 이상의 이자를 내야 한다. 영화발전기금이 얼마나 걷힐지 예측할 수 없어 긴축재정을 해야 할 판이다. 재원을 다각화하자는 의견을 수렴해 연구하고 있으나 연내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별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겠다.


◆김재현=긴축재정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적자 규모가 커서 단기간 해결이 불가능하다. 기획재정부에 2023~2024년 전입금을 요청한 상황이다. 쉽지 않겠으나 열심히 노력해보겠다.


◆조성진=영화발전기금 조성 당시 정부에서 영화계에 2000억 원을 부담해달라고 요구했다. 그해 걷힌 기금이 2600억 원이다. 600억 원은 환원돼야 마땅했다. 한 차례 연장으로 지난 14년간 걷힌 액수가 약 5400억 원이다. 지난해 추가 연장돼 앞으로 7년을 더 내야 한다. 이 돈은 배급·제작사와 극장이 반반씩 부담한다. 팬데믹 상황에서조차 이를 활용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유감이다. 대의를 위해 추가 연장에 합의했으나 언제까지 같은 방식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 과감한 투자를 실행해야 마땅하다.


김재민 뉴 영화사업부 대표/강진형 기자aymsdream@

김재민 뉴 영화사업부 대표/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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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민=시장이 죽으면 걷히는 영화발전기금도 적어진다. 영화 개봉 촉진은 그래서 더 필요하다. 추경 등을 통한 재원 마련으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할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영화가 손해를 입어도 괜찮다고 하는 투자자는 없다. 지난해 OTT에 영화를 넘기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한계가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보다 극장 관객 수가 적은 상황이다. 조금만 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했으면 한다.


◆김무성=그간 영화발전기금 용처를 들여다보면 극장에 대한 부분은 없다시피 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영화계 전체를 위해 사용하자고 요청해도 이뤄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쓰여야 좋은 선례를 쌓고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올해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의구심만 증폭된다.


◆임헌정=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영화발전기금은 크나큰 부담이다. 팬데믹 기간에라도 면제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관련 법안이 지난해 통과됐으나 신규 상영관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그동안 21억 원을 냈지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적어도 신용보증기금을 마련하거나 보증 정도는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강진형 기자aymsdream@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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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그동안 지원이 부족했다는 점은 공감한다. 지난 2년 동안 관련 내용을 살펴보니 방역 지원만 있었더라. 프랑스 같은 나라는 우리보다 영화기금 규모가 커서 그런지 지원 규모가 훨씬 크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재원이 부족해 자칫 잘못하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아시아경제=OTT의 부상으로 영화의 개념 자체가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이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은데.


◆박기용=개인적으로 영상산업의 축은 여전히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프랑스국립영화상영센터(CNC)나 영국영화협회(BFI)처럼 영화를 포괄적 영상산업의 중심축으로 두고 확장하는 방안이다. 일각에선 영상진흥원으로 이름을 바꾸자고까지 이야기한다. 후자는 영화 자체를 심화해가면서 그 토대를 탄탄하게 만드는 방안이다.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며 정체성을 재정립할 생각이다.


임헌정 지원 대표/강진형 기자aymsdream@

임헌정 지원 대표/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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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전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넘어 정부 구조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고민이 꾸준히 있기를 기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전자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박기용=흘러가는 대세는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세상이 올 거라고 누가 예측했겠나. 영화진흥위원회가 그 중심을 잡고 적절한 길잡이를 제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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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저 또한 오늘 나온 의견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정책에 반영하겠다.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대담=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정리=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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