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청산役 윤찬영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청산이란 이름처럼 과거 부정적 요소 깨끗이 씻는 역할
어설프고 허술하지만 희생 몸에 밴 청춘…젊은이들 아픔 주로 대변해

[라임라이트]이 시대를 사는 청춘의 애환이 그의 얼굴에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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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이병찬(김병철)은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바이러스를 개발한다. 그는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철학자 이름을 따서 ‘요나스’라고 명명한다. 한스 요나스(1903~1993)는 의도적 행위는 물론 의도하지 않은 행위의 결과까지 책임의 범위를 확장하자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행위의 동시대적 공간보다 불확정적 미래에서 지평(地平)이 열린다고 봤다. 모두의 인식과 마음가짐에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재규 감독은 다양한 학교 문제를 여과 없이 열거한다. 따돌림, 낙태, 폭력, 입시, 부패…. 어른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학생들은 좀비로 변해간다. 이 감독은 노란 리본 등 다양한 장치를 추가해 세월호에 갇혀 죽어간 단원고 학생들을 간접적으로 가리킨다. 그는 "책임지지 않는 어른이 너무 많다. 무엇이 어른다운 것인지 곱씹길 바라는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컷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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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의 영어 제목은 ‘All of Us Are Dead(우리는 모두 죽었다)’다. 파멸에 가까운 의미는 주인공 청산(윤찬영)에 함축돼 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름처럼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어 버린다. 어설프고 허술한 면도 있으나 시종일관 희생정신을 발휘해 아름다운 청춘으로 나타난다. 이 감독은 "실제 성격이 가장 비슷한 배우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윤찬영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청산처럼 대처했을 것 같다. 좋은 일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윤찬영의 서글서글한 얼굴과 나직한 목소리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애환을 자주 대변해왔다. 영화 ‘당신의 부탁(2017)’에서 아버지의 새로운 아내 효진(임수정)을 엄마로 받아들이는 종욱이 대표적인 예다.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을 ‘괜찮아요’라는 위장된 언어로 드러냈다. 어른들이 간과하는 상처를 직시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 깊이는 아빠도 아니면서 친구 주미(서신애)의 아이를 책임지려는 모습에서 실감할 수 있다. 태어날 아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열병을 앓지 않길 희망한다. "키우는 사람이 진짜 아빠지. 그러니까 나도 책임 있어."

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 컷

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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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2019)’에서 그린 고교생 이준에게는 일말의 희망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는 대형 카드회사의 하청 콜센터 실습생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콜’을 받으며 회유와 협박을 반복한다.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통제받아도 애써 웃어넘긴다. 그러나 냉혹한 먹이사슬 속에서 원치 않게 가해자가 되면서 삶의 벼랑 끝에 선다. "나 스무 살 되면 하고 싶은 거 많았는데…."


윤찬영은 연기도 연기지만 역할에 알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는 "다양한 배역을 맡으면서 ‘어떻게 해야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많이 궁금했다"며 "자기보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는 자세가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어떤 의견이라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컷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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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포함한 요즘 세대는 세월호 참사와 촛불집회를 통과하며 사회에 대한 신뢰를 쌓지 못했다. 학교와 회사는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자신과 부모만 믿는다. 오히려 뒤통수 맞을 것을 걱정해 열정과 도전정신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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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벽을 깨려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대 차이를 ‘세대 역량’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윤찬영은 "학생으로 구분하기보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우정과 사랑을 지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편부터 만들지 않아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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