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특수 사라졌지만 '자존심' 내건 투표용지
투표용지는 기술력 상징 정전기 ·잉크 번짐 없어야
무림 ·한솔 두 곳만 "납품 수익 미미하지만 품질 인정받는 의미 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선거가 제지업계에 ‘특수’라는 얘기는 옛말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도 마찬가지다. 제지업계에서는 더 이상 ‘선거특수’를 기대하지 않는다. 인쇄된 홍보물을 나눠주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선거홍보가 주로 이뤄진다. 선거용지 시장규모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선거용지는 크게 투표용지와 선거벽보·책자 등에 쓰이는 선거 홍보인쇄물 용지로 나뉜다. 투표용지는 유권자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증감의 의미가 없지만, 선거홍보인쇄물용지는 확실한 감소세다.
22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선거홍보인쇄물용지는 약 2만t을 납품했지만,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때는 약 8000t, 이번 대선에는 약 7000t을 납품할 것으로 추산돼 해가 갈수록 선거홍보물인쇄용지의 수요는 줄고 있다.
다만, 제지업계에서 ‘투표용지’ 공급은 기술력을 상징하는 척도가 된다. 투표용지는 종이 기술력의 집약체라고 한다. 투표용지는 정전기와 잉크 번짐이 없어야 한다. 개표 때 정전기로 투표용지가 서로 달라붙거나 투표 도장의 인주가 번지면 ‘무효표’라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은 점 하나로 판독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에 생산과정에서 티끌만한 협잡물도 포함되지 않게 하는 고도의 기술력도 필요하다. 종이 자체의 내구성과 강도도 중요하다. 종이를 접었다 펴도 다시 펴지려는 복원력이 좋아야 자동개표기에 넣었을 때 용지 걸림 현상을 피할 수 있다.
백색, 연두색, 계란색, 청회색, 하늘색, 연미색, 연분홍색 등 7가지 색상, 100g/㎡의 평량(종이 무게)에 친환경인증까지 받아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품질기준을 통과한 투표용지는 무림 ‘네오투표용지’, 한솔제지 ‘HANSOL투표용지’ 두 종류다. 전자개표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투표용지를 납품하기 시작한 무림은 2007년 투표용지 제조기술 특허를 획득하면서 시장점유율 60%를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은 한솔제지가 차지하고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투표용지 납품으로 거두는 수익은 미미하지만, 일반 인쇄용지와 달리 차별화된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종이 품질을 인정받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선거홍보인쇄용지의 경우도 인쇄업체로부터의 원지 주문량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4명의 후보자가 등록하면서 투표용지의 길이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9대 대선 때 역대 최다인 15명이 후보자로 등록하면서 투표용지 길이가 28.5㎝로 가장 길었고, 이번 선거의 투표용지는 27.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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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가 길면 자동개표기에서 용지가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제지업계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는다. 투표용지는 선관위에서 납품업체(인쇄소)를 지정해 관리하고, 선거 홍보인쇄물 용지는 개별 후보자나 정당이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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