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다양해지고 기술 유출도 봐야 하는데…경찰 수사인력은 ‘찔끔’ 증원
올 연말 기준 수사 경찰 1.4% 증가
사이버 범죄·산업 기술 유출까지…업무 과중 불가피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인력 충원은 역주행하고 있다.
21일 아시아경제가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등을 취재한 결과 올해 경찰 수사인력 증원 규모는 440명이다. 수사·형사·과학수사·사이버수사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경찰 수사 인력은 2020년 1079명 증원된 이후 2021년 839명으로 줄고, 올해는 다시 절반으로 줄었다. 올 연말 기준 수사경찰 정원은 3만1041명으로 2020년(3만601명)보다 1.4%증가에 그쳤다.
일선 경찰에 따르면 ‘수사과’ 희망자도 줄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처리해야 할 사건 숫자가 늘어난 데다 불송치 결정문, 수사심의관 제도 등으로 업무가 과중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경정은 "업무 강도는 높은데 개인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기피부서가 된지 오래됐다"며 "전체 400여 명이 증원되더라도 전국 258개 경찰서로 배치되는 추가 인력은 한두 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경찰도 "불송치 결정문 작성, 수사 2중·3중 검토 등 경찰 단계에서 해야 할 절차들이 많이 생겼다"며 "검찰이 6대 범죄에 한해 수사하기 때문에 사건 건 수 자체도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가상 자산 사기 등 범죄의 지능화·고도화에 따른 수사력에도 한계가 있다.
한 경찰은 "비트코인, 주식 등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자본시장법 조문 내용이 어렵고, 사기의 경우 모든 계좌를 압수수색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이 맡고 있는 기업형 사건의 경우 수사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더욱 요구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가 재정 부담에 늘어나면서 증원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예산이 한정돼 있고, 공무원 증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워낙 커 대폭 증원은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전체 경찰청 인력 증원은 2030명으로 2021년보다 1000명 가까이 줄었다.
다만 정부의 관성적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공무원 증원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대폭 증원은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고 공무원 증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급기야 부실수사로 이어진다면 경찰 전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수 있다"며 "결국 사회적 손실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 수사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200만원 간다" 증권가에서 의심하지 말라는 기업 ...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형사사법시스템의 첫 단추인 경찰 수사 단계부터 사실 관계 파악 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후 검찰, 법원, 교도소 등으로 연장선상에서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향후 경찰이 산업 기술 유출 등에 대한 수사도 확대됨에 따라 수사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